"꿈인지 생신지 아직 모르겠어요. 제가 살아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아요"

삼풍백화점 붕괴현장 지하에서 매몰된지 28시간만인 30일 오후 9시30분께
사투끝에 극적으로 구출된 서울 대원외국어고 교사 홍성태씨(40)는 병원에
도착하기까지는 생존사실을 도저히 믿을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홍씨는 사고 당일인 29일 오후 5시40분께 학교수업을 마치고 귀가길에
봉양하는 노모에게 드릴 빵을 사기위해 삼풍백화점 1층 식품매장에
들렀다가 갑자기 무너져 내린 콘크리트더미에 깔리면서 의식을 잃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홍씨는 온몸을 짓누르는 중압감에 의식을 차렸으나 한치 앞도 볼수 없을
정도로 캄캄한 곳에서 거대한 콘크리트더미에 깔려 옴짝달짝할수 없는
자신을 발견했다.

홍씨는 불행중 다행으로 숨이라도 쉴 수 있다는데 일단 용기를 갖고
사력을 다해 "살려달라"고 외치며 몸부림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허기와 탈진으로 희망보다는 절망감이
엄습해왔다.

홍씨는 기력이 거의 소진해 "저세상 문턱까지 갔구나"라며 자포자기
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희미하게 "살아있으면 대답하라"는 구조대원들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이때가 30일 오전11시.

홍씨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일념으로 심한 갈증
으로 타들어가던 입과 목에 혼신의 힘을 집중, "살려주세요. 물을 주세요"
를 쉴새없이 연발했다.

얼마뒤 천장쪽에서 손전등을 비추며 접근한 구조대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구조를 애타게 기다렸다.

대원들은 이때부터 절단기와 망치로 콘크리트덩이를 깨뜨리는데 전력을
투구, 장장 10시간30분만인 이날 오후 9시30분께 발목부위에 있던
콘크리트장애물을 걷어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홍씨는 대기하고 있던
앰뷸런스에 태워졌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어릴적 어머님 말씀을
난생 처음으로 체험했어요"

홍씨는 28시간의 사투끝에 생지옥을 탈출한뒤 처음으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국토토 사이트 바카라신문 1995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