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116) 제4부 상사병에 걸린 가서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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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가 희봉게게 왜 지난번에 약속을 지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희봉이 오히혀 가서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나무랐다.
희봉은 일곱시에 천방으로 가보았는데 가서가 없더라고 하였다.
가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일곱시에는 자기가 천방에서 희봉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는데, 뭐가 잘못되었는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서로 시간계산에 착오가 생겼단 말인가.
아무튼 가서는 희봉을 기다리느라 그토록 고생을 했으면서도 도리어
희봉에게 용서를 구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다음번에는 시간을 꼭 지킬테니 제발 만나주세요"
가서가 빌다시피 하자 그제서야 희봉이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가서
에게 속삭였다.
"네?"
가서는 믿기지 않았다는 듯 입을 벌렸다.
"싫으면 관두고요"
희봉이 짐짓 차가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가서는 당황해 하며 황급히 말했다.
"제가 싫을 리가 있습니까. 그래 오늘밤 만나죠. 지난번 거기서
말이죠?"
"오늘밤은 서쪽 천방에서 말고 우리집 뒤켠 통로 저쪽에서 있는 빈
방에서 만나요. 역시 일곱시에요"
가서는 오늘밤은 희봉이 늦게 오더라도 겨울 찬바람에 떨이 않겠구나
싶어 다행스럽게 여겼다.
가서가 집으로 돌아와 밤이 되기를 기다리는데 친척들이 와서 저녁을
먹고 가는 바람에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다.
그리고 할아버지 가대유가 쉬러 들어가기를 기다리느라 또 아까운
시간들이 지나갔다.
간신히 집을 몰래 빠져나온 가서는 희봉이 먼저 와서 보고 그냥
가버렸으면 어쩌나 하고 급히 영국부로 들어가 희봉이 지정해준
방으로 엎어지듯 달려갔다.
그 빈 방은 오해 사용하지 않은 듯 을씨년스럽게까지 하였다.
창틈으로 비쳐드는 달빛에 벽에 걸린 그림 하나가 얼핏 보였다.
어디서 탁본을 떠온 것을 액자에 넣어 걸어둔 모양으로 그림 전체가
흑백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그 그림에는 뱀에게 휘감긴 거북이가 그러져 있었다.
거북이의 몸통을 감고 목을 지나 높이 솟구친 뱀이 머리를 다시
꼬아내려 거북이와 혀맞춤을 하고 있었다.
거북이는 현무로서 북쪽 방위의 수기운을 맡은 태음신을 상징하는
동물이므로, 그 그림은 오늘밤과 같이 북풍이 부는 겨울밤의 정사를
상징적으로 그려놓은 셈이었다.
(한국슬롯 머신 규칙신문 1995년 7월 1일자).
그러자 희봉이 오히혀 가서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나무랐다.
희봉은 일곱시에 천방으로 가보았는데 가서가 없더라고 하였다.
가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일곱시에는 자기가 천방에서 희봉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는데, 뭐가 잘못되었는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서로 시간계산에 착오가 생겼단 말인가.
아무튼 가서는 희봉을 기다리느라 그토록 고생을 했으면서도 도리어
희봉에게 용서를 구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다음번에는 시간을 꼭 지킬테니 제발 만나주세요"
가서가 빌다시피 하자 그제서야 희봉이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가서
에게 속삭였다.
"네?"
가서는 믿기지 않았다는 듯 입을 벌렸다.
"싫으면 관두고요"
희봉이 짐짓 차가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가서는 당황해 하며 황급히 말했다.
"제가 싫을 리가 있습니까. 그래 오늘밤 만나죠. 지난번 거기서
말이죠?"
"오늘밤은 서쪽 천방에서 말고 우리집 뒤켠 통로 저쪽에서 있는 빈
방에서 만나요. 역시 일곱시에요"
가서는 오늘밤은 희봉이 늦게 오더라도 겨울 찬바람에 떨이 않겠구나
싶어 다행스럽게 여겼다.
가서가 집으로 돌아와 밤이 되기를 기다리는데 친척들이 와서 저녁을
먹고 가는 바람에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다.
그리고 할아버지 가대유가 쉬러 들어가기를 기다리느라 또 아까운
시간들이 지나갔다.
간신히 집을 몰래 빠져나온 가서는 희봉이 먼저 와서 보고 그냥
가버렸으면 어쩌나 하고 급히 영국부로 들어가 희봉이 지정해준
방으로 엎어지듯 달려갔다.
그 빈 방은 오해 사용하지 않은 듯 을씨년스럽게까지 하였다.
창틈으로 비쳐드는 달빛에 벽에 걸린 그림 하나가 얼핏 보였다.
어디서 탁본을 떠온 것을 액자에 넣어 걸어둔 모양으로 그림 전체가
흑백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그 그림에는 뱀에게 휘감긴 거북이가 그러져 있었다.
거북이의 몸통을 감고 목을 지나 높이 솟구친 뱀이 머리를 다시
꼬아내려 거북이와 혀맞춤을 하고 있었다.
거북이는 현무로서 북쪽 방위의 수기운을 맡은 태음신을 상징하는
동물이므로, 그 그림은 오늘밤과 같이 북풍이 부는 겨울밤의 정사를
상징적으로 그려놓은 셈이었다.
(한국슬롯 머신 규칙신문 1995년 7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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