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兆단위 자산' 슬롯 꽁 머니도 PF쇼크…당국 "즉각 부실채권 매각하라"
입력
수정
지면A8
기로에 선 서민금융
(1) '구조조정 태풍' 몰아치는 슬롯 꽁 머니
상상인, 자산 건전성 크게 악화
부동산 PF 대출 늘린게 '부메랑'
고정이하여신 비율 26% 달해
6개월간 배당제한 등 이행해야
◇안국·라온 이어 상상인저축銀
이번 조치는 안국·라온슬롯 꽁 머니 때와는 무게감이 남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안국슬롯 꽁 머니과 라온슬롯 꽁 머니은 각각 3285억원, 1309억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중소형 금융회사였다. 이번에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상상인슬롯 꽁 머니의 자산은 2조7577억원으로 업계 10위 수준이다. 상상인슬롯 꽁 머니은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영업 구역을 두고 있고, 고객 수는 14만8342명에 달한다.
적기시정조치는 부실 금융회사에 금융당국이 내리는 강제 조치다. 경영개선 권고, 요구, 명령 세 단계로 나뉜다. 이날 내려진 권고 조치는 1단계에 해당한다. 경영개선 권고를 받은 슬롯 꽁 머니은 6개월간 부실채권 처분, 자본금 증액, 배당 제한 등의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상상인슬롯 꽁 머니 관계자는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발맞춰 자산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각적인 자구 노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대출 부실 ‘발목’
과거 금융당국은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잣대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만 사용했다. BIS 비율이 법정 기준인 7%(자산 1조원 이상은 8%)를 밑돌면 경영개선 권고 대상이 된다. 상상인슬롯 꽁 머니의 BIS 비율은 작년 말 기준 10.5%다. BIS 비율만 놓고 보면 당장 큰 문제가 없는 셈이다.상상인슬롯 꽁 머니이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건 자산 건전성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은 작년 말 기준 26.9%로 전년 말(15.05%) 대비 11.85%포인트 상승했다. 회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많이 취급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상상인슬롯 꽁 머니의 건설·부동산업 및 PF 대출 연체율은 작년 3분기 말 28.62%를 기록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슬롯 꽁 머니 업권의 연체율이 치솟자 부실 우려 회사를 중심으로 경영실태평가에 나섰다. 슬롯 꽁 머니의 자산 건전성이 4등급(취약) 이하로 평가받으면 경영개선 권고 대상이 된다. 금감원은 작년 1, 2분기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높은 상상인슬롯 꽁 머니, 페퍼슬롯 꽁 머니 등 네 곳을 대상으로 경영실태평가를 했는데 4개사 모두 건전성 4등급을 받았다.
이번 적기시정조치 후보군에 포함된 업계 7위 페퍼슬롯 꽁 머니을 비롯해 우리·솔브레인슬롯 꽁 머니 등은 경영개선 권고를 유예받았다. 부실 사업장 경·공매와 부실채권 상·매각 등을 통해 자산 건전성 지표가 개선됐다는 이유에서다.
◇“14년 전 사태와 상황 달라”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슬롯 꽁 머니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전반의 건전성도 나빠지고 있다. 전국 슬롯 꽁 머니 79곳 중 60곳(75.9%)이 작년 3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1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정부와 업계는 “2011년 슬롯 꽁 머니 사태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불안감을 진화했다. 79개 슬롯 꽁 머니 모두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법정 비율을 웃돌고 있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권고 조치는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낮은 단계”라며 “과거 슬롯 꽁 머니 사태 시의 영업 정지, 계약 이전 등 고강도 구조조정(경영개선 명령)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적기시정조치를 받더라도 슬롯 꽁 머니의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고객은 예금·대출 등 서비스를 평소처럼 이용할 수 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