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퀸의 30년 페르소나였던 사라 버튼, 슬롯 머신 규칙와의 첫키스

[arte] 최효안의 아트 벨베데레

알렉산더 맥퀸에서 슬롯 머신 규칙로 이적한
디자이너 슬롯 머신 규칙 버튼

지난 11일 파리 슬롯 머신 규칙쇼에서
옷의 만듦새를 뜻하는
'테일러링'이란 슬롯 머신 규칙 철학을 내세워

2011년 4월의 어느 화창한 봄날,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는 영국 왕실의 주인이 되는 윌리엄 왕세자 커플의 성대한 결혼식이 열렸습니다.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세기의 이벤트에서 하이라이트는 단연 신부의 웨딩드레스였습니다. 최고의 패션 명가들이 웨딩드레스를 만들기를 원했지만, 영국 왕실의 선택은 여성 디자이너 슬롯 머신 규칙 버튼이었습니다.

세계적 명품 슬롯 머신 규칙하우스는 여성복이 메인임에도 디자인을 책임지는 수장들은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습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고급 슬롯 머신 규칙계 역시 아직도 여성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유리천장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사라 버튼은 여성을 수장으로는 좀처럼 배출하지 않는 세계 럭셔리 패션업계에서 독보적인 서사를 쓰고 있는 여성 디자이너입니다. 알렉산더 맥퀸에서 거의 30년간 일했고, 알렉산더 맥퀸 사후에는 디자인을 총괄하며 브랜드를 한층 더 대중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인물입니다. 2024년 그녀가 알렉산더 맥퀸을 떠나 슬롯 머신 규칙로 이적한다는 소식은 패션계 최대 화제였습니다. 1996년 인턴으로 입사한 그녀는 알렉산더 맥퀸보다 더 알렉산더 맥퀸의 정체성을 상업적으로 강력히 구축한 페르소나였으니까요.

드디어 그녀가 수장이 된 슬롯 머신 규칙의 새로운 패션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슬롯 머신 규칙는 그녀의 데뷔 무대 직전 무려 1,600만 명이 넘는 팔로워가 있는 공식 인스타그램의 기존 게시물을 전부 지워서 게시물을 0으로 만들었습니다. 그간 슬롯 머신 규칙의 과거 패션과는 완전히 다른 사라 버튼만의 새로운 패션 역사를 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입니다.

지난 3월 11일 파리에서 열린 그녀의 첫 슬롯 머신 규칙쇼는 세계 슬롯 머신 규칙계와 대중들의 기대에 부응했을까요?일단 쇼는 그녀가 앞으로 슬롯 머신 규칙에서 펼치겠다는 철학을 확실하게 보여줬습니다. 그녀가 제시한 패션 철학은 한 단어로 표현하면 바로 ‘테일러링’입니다. 옷의 만듦새를 뜻하는 테일러링, 즉 재단에 집중하겠다는 겁니다. 옷이 만들어지는데 기본이자 근간인 근원적 아름다움과 기본기에 천착하겠다는 의지를 쇼 내내 천명했죠.

쇼는 블랙과 화이트 그레이 의상 등에 골드 펌프스 등으로 악센트를 확실하게 주면서, 매우 과감하고 혁신적인 테일러링(재단)이 돋보이는 의상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깨선이나 가슴 등이 너무 과장된 게 아닌가 싶은 의상들은 그러나 다시 보면 완벽한 구조적 아름다움으로 인해 완성도 높은 품격이 느껴집니다.

위베르 드 슬롯 머신 규칙라는 불세출의 디자이너가 1952년에 시작한 슬롯 머신 규칙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죠. 슬롯 머신 규칙 하면 오드리 헵번, 오드리 헵번 하면 슬롯 머신 규칙를 떠올릴 정도로, 불멸의 사랑을 받는 여배우 오드리 헵번이 작품과 일상에서 사랑한 브랜드로 대중들에게 유명합니다.70년이 넘는 전통을 지닌 최고급 패션 ‘명가’(名家)에서 그간 구축한 자신의 명성이 헛된 ‘허명’(虛名)이 아님을 입증해야 하는 시작점에 선 사라 버튼. 일단 첫 시험 무대는 잘 통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패션을 비롯해 모든 예술 장르에서 언제나 옳은 선택은 기본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인데, 바로 그녀가 슬롯 머신 규칙 데뷔 무대에서 보여준 것도 옷이 지닌 순수하고도 기본적인 아름다움이니까요.

그러나 패션의 예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하이엔드 패션 세계는 냉혹합니다. 과연 그녀가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지키면서 대중의 변덕스러운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그것도 여성에게 디자인 수장을 맡기는 것에 여전히 인색한 럭셔리 브랜드라는 정글에서 말입니다. 저는 그녀가 슬롯 머신 규칙에서 대중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즐거움을 주는 패션을 선보이기를 기대합니다. 새로운 도전을 한 여성이 보여주는 불굴의 서사는 언제나 매력적이니까요.

최효안 예술 칼럼니스트•디아젠다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