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넘던 집값이…" 슬롯 사이트 개통만 기다렸던 집주인들 '패닉'

"슬롯 사이트에 9억 넘던 집값이 4억대로 뚝"

슬롯 사이트 발표·착공 때 급등한 운정 집값…개통 후엔 '하락'
개통만 기다린 집주인들…매물은 16% '급증'
사진=뉴스1
운정신도시 집값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슬롯 사이트) A 노선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 개통에도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교통 호재가 선반영됐고 상급지로 평가되는 일산 집값이 약세를 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파주시 목동동 '운정화성파크드림시그니처'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4억9800만원(23층)에 거래됐다. 1월 4억8500만원(12층)에 비해 소폭 올랐지만, 슬롯 사이트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값이 상승하며 기록한 최고가 9억5000만원(25층)에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서울역 내 운정중앙역 방향 슬롯 사이트-A 탑승구역 모습. 사진=연합뉴스
슬롯 사이트 운정중앙역 인근 다른 아파트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목동동 '산내마을9단지힐스테이트운정' 전용 59㎡는 지난달 4억8000만원(25층)에 손바뀜됐다. 전달 5억2900만원(15층)과 비교해 한 달 만에 5000만원가량 내렸다. 최고가인 7억3000만원(12층)과 비교하면 2억5000만원 하락했다.

인근 '산내마을6단지한라비발디'도 지난달 전용 84㎡가 4억2000만원(24층)에 팔렸다. 최고가인 6억2800만원(15층)보다 2억원 넘게 낮은 액수다. '운정신도시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 역시 지난달 6억3100만원(2층)에 거래되면서 최고가인 9억4000만원(13층)에서 3억원 넘게 떨어졌다.
경기 파주시 동패동 슬롯 사이트-A 운정중앙역 1번 출구.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슬롯 사이트 A노선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이 개통하면서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서울역까지 22분 주파가 가능해졌다. 기존에 1시간 반가량 걸리던 것과 비교하면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서울 접근성이 대폭 개선된 만큼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도 나왔지만, 현실은 달랐다.목동동 한 개업중개사는 "슬롯 사이트 A노선 계획이 발표된 시기와 착공하던 시기에는 일대 집값이 급등했다. 반년 사이 2억원은 올랐을 정도"라며 "개통 시점에도 집값이 오르길 기대해 호가를 높인 집주인이 많았는데, 정작 지난해에 비해 매수자도 줄고 가격도 하락했다"고 푸념했다.

다른 개업중개사도 "슬롯 사이트가 개통하면서 서울 전세살이를 끝내고 운정에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매수자들이 일부 있다. 이들로 인해 신고가를 경신한 단지도 나왔다"면서도 "어디까지나 일부의 이야기이고, 대부분은 지난해 말에 비해 다소 가격이 내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3월 넷째 주 파주시 집값은 0.05% 내리면서 6주 연속 하락했다. 파주시 집값은 올해 들어서만 0.17% 떨어졌다. 슬롯 사이트 개통을 기다렸다가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이 몰리면서 매물 적체도 한층 심화했다.
운정신도시 전경. 사진=파주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운정중앙역 개통일인 지난해 12월 28일 5453건이던 파주시 아파트 매물은 이달 5일 6329건으로 16% 늘어났다. 같은 기간 경기도 아파트 매물 증가율인 9.1%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슬롯 사이트 호재가 가격에 선반영돼 개통 후에도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출 규제와 탄핵 정국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됐고, 슬롯 사이트 A노선을 공유하면서 파주보다 서울에 가까운 고양시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점도 운정신도시 집값이 오르지 않는 원인으로 꼽는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저금리 시기와 슬롯 사이트 착공 시점이 맞물리면서 운정신도시 일대 집값이 투기적으로 상승한 측면이 있다"며 "올해와 내년 입주 물량도 1만가구에 육박해 당분간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이어 "서울과 더 가까운 일산 슬롯 사이트 일산테크노밸리 개발과 선도지구 재건축 등 이슈에도 하락세를 유지하는 중"이라며 "특히 킨텍스역 주변 아파트 집값도 약세를 보이면서 운정신도시 집값 상방을 누르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