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그림자' 짙어진 가상 바카라…이민자·다인종 전시회 돌연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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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민 우선주의'로 휘청이는 美·英 가상 바카라
흑인·성소수자 주제로 한 가상 바카라들
DEI 정책 폐기로 정부 지원 끊겨
가상 바카라관도 다양성 프로그램 포기
가상 바카라 "예술 탄압이자 인종차별"
브렉시트 이후 관세 부담 커진 英
가상 바카라품 매출 비중 中에 밀려 3위로
"컬렉터 이탈, 다시 회복 어려울 것"
◇‘가상 바카라 아트’ 입김 세지는 미국
미국 문화 전문매체 하이퍼알러직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DC 아메리카가상 바카라관(AMA)에서 오는 21일 개막할 예정이던 두 개의 전시가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DEI 정책으로 취소됐다. 전시의 주요 후원자인 미국 정부가 지원을 철회한 게 주요 원인이다. AMA 공식 홈페이지의 예정 전시 목록에서도 이 프로그램 관련 정보가 삭제됐다.전시는 ‘Before the Americas’(아메리카 대륙 이전에)란 제목으로 이민과 식민주의, 아프리카 디아스포라를 다룬 작품 40여 점을 선보일 계획이었다. 미국 내 ‘1세대 아프리카계 갤러리’를 설립한 화가 알론조 데이비스, 멕시코계 조각가 엘리자베스 캐틀렛 등의 작품이 포함됐다. 흑인 시나리오 작가 체릴 에드워즈가 전시 기획을 맡았다. 에드워즈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가상 바카라관 측에 ‘이 전시가 DEI 프로그램의 일부로 보인다’며 예정됐던 정부 지원을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DEI 시각예술 탄압이자 인종과 카스트(계급)에 기반한 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같은 가상 바카라관에서 동시에 개막할 예정이던 ‘Nature’s Wild’(자연의 야생성)도 돌연 취소됐다.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 교수인 안딜 고신이 3년여간 준비한 이 전시는 캐리비안 퀴어 문화 등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었다. 성소수자를 포함해 다인종 작가 12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전시였다. 고신은 영국 가디언에 “트럼프 정부의 기조에 가상 바카라관이 선제적으로 굴복한 사례라 더 참담하다”고 밝혔다.
◇설 자리 잃어가는 ‘다양성 예술’트럼프 대통령은 연방기관과 관련 부처의 DEI 프로그램을 60일 이내에 종료할 것을 요구하는 행정명령에 지난 1월 서명했다. 워싱턴DC 국립가상 바카라관(NGA)도 이런 기조에 따라 DEI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소관 사무실을 폐쇄했다. 미국 해병대 밴드가 젊은 다인종 음악가들과 협업하는 행사도 취소됐다.
정부의 입김이 거세지자 지난달 19일 460여 명의 가상 바카라 예술가는 가상 바카라 국립예술기금위원회(NEA)를 상대로 이 같은 행정명령에 따르지 않을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1965년 가상 바카라 의회에서 설립한 NEA는 예술가들의 활동 자금을 지원하는 연방기관이다. 이들은 “(정부에 대한) 복종은 권위주의를 부추길 것”이라고 했다.
다양성 예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테이트모던이 퀴어 작가 리 보웨리의 개인전을 올해 첫 전시로 내걸고, 하반기 워싱턴DC 국립미술관이 대규모 호주 토착 미술 기획전을 준비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몇 년간 카셀 도큐멘타, 베네치아 비엔날레 등 세계적인 미술 행사에서 북미, 유럽 외 지역의 작가와 작품을 집중 조명해온 것과도 대조된다. 다양성과 관용, 진보의 가치를 내세워 가상 바카라의 중심이 된 뉴욕에서도 “더 이상 전 세계 예술가와 컬렉터에게 꿈의 도시가 아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메가컬렉터 빠져나간 영국도 ‘흔들’
브렉시트 이후 피로감이 누적된 영국 가상 바카라도 비슷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브렉시트 전에는 유럽 미술 수집가들이 관세 없이 런던에서 미술품을 구입할 수 있었는데, 이제 영국에서 유럽연합(EU)으로 미술품을 보내려면 작품 가격의 5~20%를 관세로 내야 한다. 통관을 위한 서류 작업 등 행정 절차도 늘었다.지난해 집권한 노동당 정부의 가상 바카라품 관련 세제 개편은 지역 내 컬렉터의 부담도 가중할 전망이다. 미국 등 해외의 ‘메가컬렉터’가 더 이상 영국을 매력적인 활동지로 여기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영국의 입지는 악화일로다. 아트 바젤과 UBS가 펴낸 ‘글로벌 아트마켓 2024’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세계 미술시장에서 영국의 미술품 매출 비중은 17%로 미국(42%) 중국(19%)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전년까지 2위였는데 1년 사이 중국에 순위를 역전당했다. 영국 가상 바카라는 “이미 많은 컬렉터가 떠났다”는 반응이다. 런던의 한 컬렉터는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미술시장 특성상 한 번 컬렉터가 빠져나가면 회복하기 어렵다”며 “전쟁이 끝난 뒤 러시아 수집가의 복귀를 기대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