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된다" 슬롯 머신 뛰어들더니…한국 회사도 '잭팟' 터졌다

기아·마뗑킴도 성공…한국 광고 시장에도 눈독 들이는 슬롯 머신
사진=REUTERS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기업 슬롯 머신가 국내 광고시장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OTT시장 점유율과 이용자수 1위라는 강점을 앞세워 광고주들의 관심을 끌면서다. 올 2분기에는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한 광고 기술도 도입한다. 업계에서는 슬롯 머신의 본격적인 광고시장 진격을 두고 "한국 시장이 생각 이상으로 잘 된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라고 분석한다.

슬롯 머신는 한국을 포함한 12개 국가에서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하며 플랫폼을 통한 광고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광고요금제는 이용자가 일정 부분의 광고를 보는 대신 저렴한 요금을 낼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기본 요금제 대비 60% 이상 저렴하다. 그 결과 신규 가입자의 55%가 광고 요금제를 선택했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도 광고 요금제의 성과를 증명했다. 지난해 12월 국내 광고 요금제 MAU는 7000만명으로, 6개월 전인 4000만명보다 급증했다.슬롯 머신는 광고 정책으로 '자연스러움'을 내세우며 기존 TV 광고와의 차별화를 택했다. 기업들이 슬롯 머신 광고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 광고 영상이나 배너를 송출하는 것이 아니라 슬롯 머신 콘텐츠와 광고주의 상품, 서비스 등을 연결하는 형태로 광고가 이뤄진다. 광고주는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돋보이고, 시청자는 시청에 방해를 적게 받는다는 것이 강점이다. 실제 지난해 말 슬롯 머신의 광고 경험이 긍정적이라고 답한 시청자도 TV 대비 241%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광고요금제를 통한 국내 기업의 마케팅 성공 사례도 속속 생기며 슬롯 머신의 국내 광고시장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진 상태다. 슬롯 머신가 주요 광고주로 여기는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아와 슬롯 머신 독점 시리즈 '오징어 게임 2'와의 협업이다. 슬롯 머신는 오징어 게임 2를 시청하는 광고요금제 이용자들의 화면에 영상 시작과 함께 기아의 로고를 송출했다. 이를 위해 광고용 도입부 이미지도 새로 제작했다. 여기에 기아는 신차 '더 뉴 스포티지' 출시에 맞춰 오징어게임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해 맞춤형 광고를 선보였다. 기아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 특히 2030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해 광고를 진행했다"며 "신차 출시에 맞춘 오징어게임2와의 콜라보는 글로벌 시장 홍보에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언급했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슬롯 머신를 이용하는 브랜드도 생겼다. 슬롯 머신가 가진 압도적 팬덤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 원하는 브랜드들에게 꾸준히 어필하고 있어서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마뗑킴은 올해 미국 시장에서 오징어게임2의 출시에 맞춰 광고를 진행했다. 미국 시장에 브랜드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마뗑킴 측은 "광고 직후 홈페이지에 해외 고객 방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미국 내 ‘마뗑킴’ 키워드 검색량이 23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는 자연스레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광고 직후 마뗑킴의 글로벌 매출은 207% 늘어났다.슬롯 머신는 광고 시장에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진행했다. 2023년부터 자체적으로 AI 기반 광고기술 서비스 '애드테크' 개발에 돌입했다. 올해 2분기 한국을 시작으로 첫 선을 보인다. 현재는 슬롯 머신 광고 전담 팀이 직접 광고주와 광고 타이밍, 위치 등을 논의하고 설정하지만, 애드테크가 도입되면 이 작업을 모두 AI가 수행하게 된다. 광고 집행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슬롯 머신의 애드테크는 광고주에게도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AI가 이용자들의 연령, 시청 형태 등을 분석해 광고 효과를 미리 예측해준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이 있을 만한 시청자만 골라 광고를 송출하는 역할도 한다. 광고 집행 이후에는 AI가 효과를 측정해 광고주와 슬롯 머신에 공유하고 이후 광고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면 좋을 지 제안한다.

해당 기술의 성공적 도입과 정착을 위해 미국 본사에서도 지난 22일 직접 한국을 방문했다. 에이미 라인하드 슬롯 머신 광고총책임자는 "애드테크가 출시되면 이용자는 관련 있는 광고만 보게 되고, 기업은 광고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시청하는 콘텐츠 내용과 연관성이 높은 광고를 AI를 통해 내보내는 '맥락 광고'도 곧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