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머신 프로그램 이미지와 EV

오토 확대경
순수 전기차 브랜드인 테슬라. 테슬라 제공
화석연료를 내연기관으로 동력을 얻는 것과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 바퀴를 회전시키는 것. 둘 가운데 소비자들이 슬롯 머신 프로그램으로 인식하는 쪽은 어디일까? 동일 가격이라면 순수 전기차(BEV)를 슬롯 머신 프로그램으로 인식한다. 물론 여기서 슬롯 머신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개념의 ‘고급’이 아니라 환경적 가치 차원의 ‘우월’을 의미한다. 따라서 ‘고급’, 즉 남들과 차별화되는 지위 개념에서 수용하는 슬롯 머신 프로그램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다. 구동에 필요한 전기를 만드는 방법 중에서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이 주력임을 감안하면 환경적 가치도 논란의 대상이지만 표면적으로 동급 차종일 때 내연기관보다 BEV를 슬롯 머신 프로그램으로 인식하는 경향은 분명 존재한다.

전기차(EV)의 슬롯 머신 프로그램 이미지 형성은 등장 초기 영향도 크다. 전기차 배터리 가격 탓에 비싼 제품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테슬라의 제품 전략이 그랬다. 초기에 고가제품을 내놓고 시간이 흘러 보급형 제품에 집중했다. 그 결과 초기 비싼 가격은 구매 장벽이 됐고 덕분에 ‘전기차=비싼 차’가 되면서 ‘전기차=슬롯 머신 프로그램’ 이미지가 형성됐다.그러나 초창기 형성됐던 EV의 슬롯 머신 프로그램 이미지는 점차 사라지는 중이다. 보급형 제품이 쏟아지면서 전기로 구동하는 것 자체가 낯설지 않아서다. 딜로이트가 내놓은 ‘2025 자동차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비자들이 EV를 선택하는 이유는 ‘낮은 연료 비용’이다. 환경에 대한 우려를 선택 이유로 꼽는 사람도 많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경제적 선택을 환경적 명분으로 치환시켰을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EV의 주행 거리다. 하루 100㎞ 이상 운행한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인도(32%), 중국(29%), 동남아(26%) 순서로 많다. 반면 일본, 영국, 미국, 독일, 한국 소비자는 그만큼의 장거리 주행이 전혀 없다는 비율도 평균 20%에 달한다. EV를 통한 이동이 이제는 일상이 된 만큼 슬롯 머신 프로그램 이미지가 희석되는 중이다.

슬롯 머신 프로그램 브랜드의 고민은 깊어진다. 브랜드만 슬롯 머신 프로그램일 뿐 EV라는 친환경 가치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캐스퍼 EV와 벤츠 EQS EV를 비교할 때 본질적인 환경 가치는 똑같다. 그러자 제조사도 슬롯 머신 프로그램 전략을 다시 세우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EV의 슬롯 머신 프로그램보다 브랜드 자체의 슬롯 머신 프로그램 인식을 더욱 공고히 하는데 치중한다.
어떤 에너지를 사용하든 무관하게 슬롯 머신 프로그램 브랜드 입지를 더욱 굳히려는 또 다른 이유는 소유욕의 저하 때문이다. 딜로이트 조사에서 자동차 소유를 포기하고 통합 이동 서비스를 선택하겠다는 8개국 소비자의 긍정 응답율이 평균 46%에 달한다. 한국은 이동 서비스가 완벽해지면 개인차 이용과 이동 서비스 선호 비중이 50대50으로 나타나 조사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자동차 소유 필요성이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이자 공장에서 제조물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자동차기업이 슬롯 머신 프로그램 전략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소유욕을 자극하려면 브랜드 자체에 슬롯 머신 프로그램 이미지가 형성돼 있어야 하는 셈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유 대신 구독을 선택하는 경향도 제조사의 불안감(?)을 야기한다. 한국의 경우 18~34세 소비자 가운데 30%가 구독 의향을 나타내 아직은 소유에 힘이 실리지만 이동 서비스가 완벽해지면 ‘자동차를 정말 사야 할까?’라는 질문에 호응할 젊은 소비자 비중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EV 보급화 시대에 제조사마다 가장 우선의 생존 전략으로 슬롯 머신 프로그램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