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사이트 조이, 재즈를 다시 빛나게 하다

[arte] 민예원의 그림으로 듣는 슬롯 사이트

그래미 5관왕이 선사한 첫 내한 무대
스윙부터 비밥, 보사노바까지 넘나들어
묵직한 중저음과 유려한 고음의 완벽한 조화
정통 재즈가 흐려져 가는 장르라 누가 말했던가. 재즈 보컬리스트 슬롯 사이트 조이의 첫 내한공연. 그곳에서 선명한 색으로 빛나는 생기를 만나고선 재즈의 재기를 목도했다.
그림. © 민예원
미국 음악사에서 주요한 장르로 손꼽히는 재즈이지만, 대중성과 투자성을 따져보았을 때 그 비중은 다소 축소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지난 65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쟁쟁한 팝 스타들을 재치고 'Best New Artist' 부문을 재즈 보컬리스트인 슬롯 사이트 조이가 수상한 것은 이례적이면서도 한 줄기 희망과도 같았다. 이번 66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두 개의 트로피를 더 차지하며 25세의 젊은 나이에 그래미 5관왕 타이틀을 거머쥔 슬롯 사이트 조이. 어두운 재즈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스스로의, 그리고 더 나아가 재즈의 채도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낸 것이다. 이 거대한 신인의 첫 한국 방문은 큰 관심을 모으며 공연 한 달도 전에 전석을 매진시켜 그 인기를 입증해 보였다.
슬롯 사이트 조이 'Portrait' 앨범 커버 / 출처. Dear Beverly Music
이번 공연은 작년 말 출시된 그녀의 세 번째 앨범 'Portrait'의 수록곡들로 구성됐다. 스스로가 작곡가, 프로듀서, 편곡가, 밴드 리더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한 해당 앨범은 보다 새로운 편곡 방향성과 세션 구성을 통해 스스로를 뛰어넘는 시도가 엿보이는 작업이었다. 첫 내한 공연에서 그녀의 새로운 도전을 감상할 수 있단 기대감이 객석을 가득 메운 채 1시간 4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슬롯 사이트 조이의 걸출한 보컬 차력쇼가 이어졌다.
그림. © 민예원
그녀의 공연은 그래미 수상, 그리고 라이징 스타로서의 당위를 입증하듯 뜨겁고 풍부한 사운드로 가득했다. 가스펠 보컬을 오랫동안 해온 덕인지 무척 풍부한 사운드가 돋보이면서도, 슬롯 사이트 특유의 예술적 기교가 노련하게 이어졌다.

특히, 한 시간 반이 넘는 공연 시간 동안 슬롯 사이트 조이가 선택한 모든 음은 '선명한 정답'이었다. 묵직한 중저음부터 흐드러지는 고음까지 여러 음역대를 아우르는 환상적인 보컬 진행이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가장 이상적인 세계의 가장 이상적인 음들이 슬롯 사이트 조이란 하나의 악기를 통해 세상에 흘러나오는 듯 했다. 재능에 더하여, 음악에 대한 아주 많은 노력과 연구가 돋보이는 진정한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게다가 스윙, 발라드, 비밥, 라틴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순간, 슬롯 사이트가 불러낸 노래에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가득했다. 내한공연 직전 한국경제신문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100% 제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 스스로를 소개한 것처럼, 관객들이 지금의 음악 속으로 깊이 몰입할 수 있게끔 온몸으로, 가장 솔직하고 숨김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주었다.

▶▶▶[관련 인터뷰] "재즈는 관객과 연결되는 것" 그래미 5관왕 슬롯 사이트 조이 인터뷰

슬롯 사이트가 앨범 작업에서부터 함께 해온 세션 멤버들(Connor Rohrer (피아노), Paul Sikivie (베이스), Evan Sherman (드럼) David Mason (알토색소폰/플루트), Kendric McCallister (테너 색소폰), Jason Charos (트럼펫), Donavan Austin (트롬본))의 연주 또한 슬롯 사이트의 진두지휘 아래 아주 세련되고 모범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냈다.여러 장르에 맞추어 각자의 스킬과 스타일이 담긴 솔로를 선보이다가도 슬롯 사이트 조이의 보컬이 시작되면 스스로의 위치에서 단정하게 세션 연주를 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풍성한 브라스 사운드는 슬롯 사이트 조이의 묵직한 보컬을 더욱 진하게 빛내주었으며, 리드미컬한 박자 속에서 그녀의 노련한 스캣은 더욱 인상 깊게 진행될 수 있었다. 누구 하나 엇나가거나 돋보이는 것 없이 완벽한 균형감을 토대로 안정적인 연주가 이어지며 공연의 완성도를 더했다.
그림. © 민예원
유연하게 이어진 연주들은, 긴 러닝타임이 무색할 정도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이윽고 유명한 보사노바곡 'Chega De Saudade'를 라틴 스타일로 편곡한 'No More Blues'가 슬롯 사이트 조이의 강렬한 작별 인사로서 소개됐다. 정통 브라질 사운드를 재현해내는 신나는 리듬 속에서 슬롯 사이트 조이의 환상적이고 폭발적인 솔로 보컬이 이어졌고, 원곡을 잊어버릴 만큼 그녀만의 색깔을 가득 채워내는 진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아름답고도 강렬한, 마치 초신성과 같은 슬롯 사이트 조이의 목소리와 함께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터지듯 공연장을 가득 메웠고, 그녀는 이에 감응하듯 두 번의 앵콜을 선보이며 뜨겁게 첫 내한공연을 마무리했다.
그림. © 민예원
처음 음원으로 슬롯 사이트의 목소리를 만났을 때, 부드럽고 여유로우면서도 가득 찬 에너지에 무척 놀라웠던 기억이 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음원보다도 더욱 생생한 에너지를 전해 들을 수 있었고, 슬롯 사이트가 세워낸 걸출한 커리어를 더욱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다. 마치 노래를 위해서, 음악만을 하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 취향과 장르를 모두 뛰어넘어 어떤 방면에서도 인정 받아 마땅한 경이로운 능력을 가진 사람. 슬롯 사이트만의 강렬한 색깔로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내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영광스럽고 감동적인 시간이었다.다가오는 봄 날씨와 함께 모든 것이 가득해지고 상승하는 시기. 그녀의 라이브는 한국 관객들에게 더욱 넘치는 생기를 가져다 주었다. 이 넘치는 기운으로 슬롯 사이트계에 새로움과 선명함을 채색해줄 것이다. 앞으로 그녀가 슬롯 사이트로서, 그리고 음악으로서 그려갈 그림은 어떤 색채일지 무척 기대된다.

민예원 '스튜디오 파도나무'의 대표•작가

[♪ 슬롯 사이트 조이 - No More Blues (Live on the TODAY Show) / 채널. Samara Joy]

[♪ 슬롯 사이트 조이 - You Stepped Out Of A Dream 홍보 릴스 / 출처. 스튜디오 파도나무,유니버셜뮤직 클래식&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