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럽다고? 이게 봉준호인데…'바카라 카지노17'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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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할리우드 작품 '바카라 카지노17'※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블랙코미디 끼얹은 SF 장르
'옥자', '설국열차' 잇는 또 한편의 '우화'
니플하임이라는 이름의 얼음행성, 크레바스(빙하의 균열)에 뚝 떨어진 바카라 카지노17. 지구와는 달리 바카라 카지노의 이름 뒤엔 숫자가 붙는다. 바카라 카지노1, 2, 3, 4, 5... 16, 17.
그렇다. 우주에서 바카라 카지노는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소모품)인 것이다. 내일이면 또 프린트되는 바카라 카지노보다 더 값진 화염 방사기를 '구해낸' 티모는 얼음 아래 바카라 카지노17에게 묻는다.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바카라 카지노는 떠올린다. 반복되는 죽음. '실험용 개구리'가 된 기분. "17번째지만 죽는 건 끔찍해. 여전히, 매번, 항상."
바카라 카지노17은 스스로도 우주괴물 크리퍼에게 먹힐 줄로만 알았다. 이게 웬걸. 크리퍼들은 바카라 카지노17을 빙하 위로 끌어 올려 살려줬다. "자꾸 프린트되어 고기 맛이 떨어졌나. 왜 안 먹지? 이봐, 나 육질 괜찮아. 맛도 좋아!"
생사가 반복되는 바카라 카지노의 삶에 걷잡을 수 없는 소동이 발생하고 만다. 바카라 카지노17을 살려준 크리퍼 중 우연히 우주선에 들어온 '베이비 루코'가 니플하임의 독재자 케네스 마셜(마크 러팔로)과 수하들로부터 죽임을 당한 것. 셀 수 없이 많은 숫자의 크리퍼들이 우주선을 둘러싸고 무언가 항의하듯 괴성을 내지른다.
아내 일파 없이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마셜은 두 바카라 카지노들에게 크리퍼들의 꼬리를 많이 잘라오는 쪽만 살려주겠다고 말한다. 식량 배급이 엄격히 제한된 우주선 안에서 일파는 풍미를 가진 소스에 집착했는데 크리퍼 꼬리로 만든 소스가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그렇게 얼음행성에 던져진 바카라 카지노17과 18은 크리퍼들의 왕 '마마 크리퍼'를 만나 어떤 제안을 받게 되는데...
할리우드서도 견고하게 쌓아올린 봉테일 세계관
SF의 장르적 즐거움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인간 냄새나는 SF"라고 이 영화를 소개한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특정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은 느낌이다. 특히 원작과 달리 2054년이라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설정해 '이건 지금 우리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자신만의 화두와 스타일로 영화를 만드는 봉 감독의 소신은 거대 할리우드 자본(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한화 약 2164억 원) 속에서도 매몰되지 않았다. 장대한 SF 장면보다는 지질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영웅이 되는 바카라 카지노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소소하고 즐거운 SF 영화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BBC는 평점 40점(100점 만점. 해외 언론사 중 가장 낮은 점수)을 주며 "실망스럽다"고 했는데 '기생충' 정도의 어둡고 암울한, 사회비판을 기대했다면 그럴 수 있다. 또 디테일들 하나하나를 찾아보면 시선이 분산돼 이야기로의 집중이 어려울 수 있다.
영화의 사건 사고는 마크 러팔로와 토니 콜렛이 맡는다. 일각에선 마샬 캐릭터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연상하게 한다는 반응이 있었다. 마크 러팔로는 자기애, 허세, 인종주의, 차별적인 인간관 등으로 가득한 독재자를 연기하며 기득권층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냈다.
그는 외신 인터뷰를 통해 "캐릭터를 만들면서 실존했던 독재자들에서 영감을 얻었고, 이들이 결국 같은 결말을 맞이했다는 점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이어 "과정은 잔혹할 수 있으나 독재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바카라 카지노17'에서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결국 사람들이 승리한다는 점"이라고 소개했다.
'바카라 카지노17'은 봉준호이기에 가능했던 작품이다. 복제인간이라는 복잡한 이슈를 '우화'처럼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은 봉 감독밖에 없다. 비극을 희극으로, 블랙코미디와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복합적인 재미. 봉 감독은 '기생충' 이후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
28일 한국 최초 개봉. 137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