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전 CG 없이 만든 초현실 슬롯 사이트…"내면에 펼쳐진 영감을 찍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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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18
슬롯 사이트감독 타셈 싱
보통 스토리 먼저 완성하지만
난 시각적 모티브 먼저 수집후
그것들 연결하며 스토리 짜
평면적 화면속 병사 움직임
마치 슬롯 사이트 아닌 그림처럼 보여
누구나 폰으로 슬롯 사이트 찍는 시대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찾아야
지난 8일 행사가 열린 씨네큐브 객석은 젊은 관객으로 가득 찼다. 앞다퉈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18년 만에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한 슬롯 사이트 ‘더 폴: 디렉터스 컷’으로 극장가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타셈 싱 감독이다.
마음속 시각적 모티브로부터
뮤직비디오와 광고 감독으로 경력을 쌓기 시작한 그는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2006)을 내놓기 전에도 특유의 미장센으로 유명했다. 슬롯 사이트 ‘더 셀’(2000)에서는 무의식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과 오드 너드럼의 회화에서 영감을 받은 미장센을 선보였다. ‘더 폴: 디렉터스 컷’은 다르다. 이날 싱 감독은 이 슬롯 사이트의 출발점이 자신이 오랜 기간 모아온 시각적 모티브라고 말했다. 그 모티브가 구현될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위해 17년이라는 시간을 썼다.그가 만약 공간의 장엄함을 담아내려 한 것이라면 광각렌즈와 항공 촬영 같은 역동적 무빙이 두드러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초망원렌즈를 활용해 공간의 깊이감을 압축했다. 이 슬롯 사이트의 유명한 장면 중 하나. 찬드 바오리의 수많은 계단에서 검은 병사들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광각으로 촬영됐다면 그저 공간의 특수성에 기댄 평범한 액션 장면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장면을 평면적으로 담아냈다. 수많은 계단이 만들어내는 음영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병사들은 마치 하나의 화폭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려낸 장면보다 외려 더 초현실적이다.
슬롯 사이트는 나를 발견하고 표현하는 과정
“그녀가 제시하는 이미지의 슬롯 사이트은 다른 작품이 아니라 곤충 같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데서 온 것이었습니다. 창조적 생각을 해야 할 때 사람들은 ‘상자 밖으로 벗어나라’고 하죠. 하지만 그녀에겐 애초에 그런 박스나 틀조차 없었습니다.”
‘더 폴: 디렉터스 컷’에는 조르조 데 키리코 그림처럼 아치 구조와 주랑 현관이 주요한 공간적 모티브로 등장한다. 여러 국가에서 촬영했음에도 하나의 지역에서 찍은 것처럼 느껴진다. 스스로 발견한 자신의 정체성과 그 안에서 솟아오른 형이상학적 모티브를 구현할 매개체(공간)를 세상 구석구석 찾아다닌 결과다.
아이의 상상력은 비어 있는 캔버스
싱 감독은 알렉산드리아 역의 배우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다며 “아이의 상상력과 천진난만함이 이 슬롯 사이트의 중요한 요소”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슬롯 사이트 초반 열쇠 구멍이 만들어낸 오브스쿠라 이미지에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을 보여주던 소녀 알렉산드리아는 극 후반부에 접어들며 이야기 수용자에서 주동자로 뛰어든다. 이야기의 결말마저 바꿔버린다. 싱 감독은 아이에게 이 슬롯 사이트가 장애인에 관한 다큐멘터리라고 설명한 후 촬영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담아낸 천진난만함은 말도 안 될 법한 이야기를 말이 되게 만든다.그는 행사가 끝날 때쯤 관객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엔딩에 관한 물음이었다. 그러면서 이야기의 결말은 관객이 느끼고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임을 각인시켰다. 이 슬롯 사이트가 18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한국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그가 스스로 발견한 존재의 의미를 위해 모든 것을 내건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열정보다 광기에 가깝다. 배우 리 페이스가 한 인터뷰에서 그를 “미쳤다(insane)”고 표현한 것처럼 말이다. 그가 슬롯 사이트에서 키 컬러로 활용한 선홍색같이 그의 광기 어린 열정은 한국에서 다시 한번 불타오르고 있다.
박정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