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팔아주세요, 더는 못 버텨"…백기 든 '슬롯' 결국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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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조 규모 주택담보슬롯 올해 변동금리 전환
늘어난 이자에 '손절' 시도해도…"매수자 없어"
"퇴로 막힌 서민 슬롯 경매 늘어날 전망"
14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을 담보로 슬롯받은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연체해 임의경매로 넘어간 부동산(토지·건물·집합건물)은 13만9847건에 달했습니다. 2023년 10만5614건보다 32.4% 늘었습니다. 특히 아파트·오피스텔 등 집합건물 임의경매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5만5419건을 기록했는데 1년 만에 3만9059건에서 41.8% 급증했습니다.올해도 경매로 넘어가는 슬롯 아파트는 늘어날 전망입니다. 저금리 시기 이뤄진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이 5년 고정금리를 마치고 변동금리로 전환되면서 이자가 급격히 불어나는 탓입니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약 50조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변동금리로 전환됩니다. 현재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대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2020년 연 2%대 고정금리로 받았던 대출이 4%대 변동금리로 바뀌면 슬롯에겐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2020년 2억원을 주택담보대출로 빌렸다면 올해 연간 400만원의 이자가 늘어나는 셈입니다. 매달 이자가 약 35만원 늘어나는 게 그렇게 큰 문제냐 생각할 수 있지만, 한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2020년에는 차주의 소득을 고려해 대출을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 "집주인도 대부분 집값이 계속 오르니 영영 무주택자로 남을까 두려워 4억원, 5억원 하던 아파트를 빚내서 산 서민들"이라며 "집은 안 팔리고, 이자만 오른다면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주택담보슬롯을 받은 차주가 원리금 상환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채권자인 금융회사는 법적 절차 없이 즉각 주택을 임의경매에 넘길 수 있습니다.
인천시 부평구의 한 개업중개사도 "1년 넘게 매물로 나온 아파트가 적지 않다"며 "조만간 슬롯도 줄어드는데, 그러면 집을 사려는 사람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를 시행합니다. 스트레스 금리 1.5%포인트가 적용되면서 슬롯받을 수 있는 금액도 줄어들 예정입니다.
소득 1억원인 차주가 30년 만기·변동형(5년)·분할 상환 조건으로 주담대를 받으면 DSR 도입 전에는 6억5800만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3단계에서는 5억5600만원까지 줄어듭니다. 슬롯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드는 만큼 매수심리 위축도 예상됩니다.부동산 업계에서는 임의경매로 내몰리는 슬롯 아파트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 수요가 많은 서울은 그나마 낫지만,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은 슬롯의 퇴로가 사실상 막힌 상황"이라며 "경매로 나오는 주택이 계속 늘어나면 소비 위축 등 내수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