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하나 단정했고, 순수했지만 뜨거운 존재...영원한 청년 '슬롯 무료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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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최승연의 뮤지컬 인물 열전
25주년 공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뮤지컬 특유의 화려한 쇼와 말초적 사건 없이
슬롯 무료 사이트의 '사랑'만으로 관객을 사로잡아
하지만 초연도, 연이은 2001, 2002년 공연도 흥행에는 실패했다. 공연을 살린 것은 '베사모(슬롯 무료 사이트를 사랑하는 모임)’였다. 자발적으로 결집한 <젊은 슬롯 무료 사이트의 슬픔 팬들은 십시일반 제작비를 충당해 2003~2004년 공연을 이어갔다. 2010년부터는 CJ EnM이 공동제작으로 들어오면서 현재와 같은 체제가 만들어졌다.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김민정 연출에 의해 새롭게 정리되었던 2010년, 2012년 버전 이후 2013년부터 <슬롯 무료 사이트라는 제목으로 리뉴얼되면서 다시 조광화 연출이 합류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해바라기는 <슬롯 무료 사이트를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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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지만, <슬롯 무료 사이트의 매력은 슬롯 무료 사이트에게 있다. 공연은 슬롯 무료 사이트가 자기 파괴적으로 빠져든 '단 하나의 감정’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다름 아닌 '사랑’이다. 슬롯 무료 사이트의 사랑은 사랑한다는 감정 하나에만 집중하는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낯설다. 지금 우리의 삶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은 무엇이고, 자신을 파괴하면서까지 한 사람을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슬롯 무료 사이트의 순수한 낭만성은 지금 이 시대에 어떤 울림을 갖는가.죽음으로 사랑을 완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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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심상태 대표는 뮤지컬 <슬롯 무료 사이트, <카르멘 그리고 <히드클리프로 '세계 명작 남자 사랑이야기’ 3편을 완성하고 발전시킬 계획이었다. 2002년에 초연된 <카르멘, 엠비제트컴퍼니와 협업하여 '2020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뮤지컬 부문 선정작으로 공연되었던 <히드클리프가 <슬롯 무료 사이트와 같은 역사를 쓸 수 있었다면? 아마도 우리는 사랑 하나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또 다른 남성을 더 많이, 더 근사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