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껏 혼란스러워하고, 한껏 헤매보자...그런 우리를 보며 즐거워할 바카라 에볼루션를 위해

[arte] 김효정의 세기의 바카라 에볼루션감독

'세기의 영화감독'이자 아티스트인 데이비드 바카라 에볼루션

, , 등에서
일관적으로 '꿈'의 메타포를 다뤄

또 다른 꿈을 보여주는 대신 그만의 꿈 속으로 영원히 떠나...
다큐멘터리 영화 <David Lynch the Art Life> 스틸컷 속 데이비드 바카라 에볼루션 / 출처. 다음영화
애초에 이번 [세기의 영화감독]은 다른 감독으로 내정해 놓고 있었더랬다. 데이비드 바카라 에볼루션로 바꾸게 된 것은 그의 급작스러운 사망 소식 때문이기도 했고, 어차피 [세기의 영화감독]으로 다루게 될 인물이었기에 나중이 아닌 지금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 글은 일종의 추모글임과 동시에 ‘세기의 영화감독’이자 아티스트인 데이비드 바카라 에볼루션를 향한 경의를 표하는 에세이가 되겠지만 나의 친애하는 선배이자 위대한 영화평론가, 오동진 옹께서 이미 따뜻하고도 위트 있는 부고 (좋은 부고는 슬프기만 한 글이 아니다)를 아르떼에 올린 바 있기에 난 후자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부고] 세상에서 가장 기괴한 자, 데이비드 바카라 에볼루션 감독 별세 (오동진 평론가)어느 문화권의 언어로도 충분하거나 정확히 서술할 수 없는 그의 ‘미친’(문자 그대로) 영화적인 재능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데이비드 바카라 에볼루션는 어떤 영화평론가 혹은 영화글을 쓰는 것이 업인 이들에게 정복하고 싶은 산 같은 존재다. 내가 영화평론가를 꿈꿀 때 역시 그랬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 누구냐는 질문에 데이비드 바카라 에볼루션라고 대답을 하진 않겠지만 언젠가 만약 정론지에 영화 평론을 써야 한다면, 관객들 앞에서 한 감독에 대한 작품 세계를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것은 데이비드 바카라 에볼루션가 될 것이라고 늘 생각했다. 사실상 그랬다.
다큐멘터리 영화 <David Lynch the Art Life> 스틸컷 속 데이비드 바카라 에볼루션 / 출처. 다음영화
몇 년이 지나 모 극장에서 신입 평론가를 발굴하기 위한 평론글을 모집했을 때 난 주저 없이 데이비드 바카라 에볼루션의 <블루 벨벳을 택했다. <블루 벨벳은 바카라 에볼루션가 만든 모든 기괴한 영화들 중 그의 ‘기괴한’ 정체성을 대중이 비교적 이해할 만한 수위로 그려낸 영화다. 이전 작품인 <이레이저 헤드가 그랬듯, 이후 작품인 <멀홀랜드 드라이브와 <로스트 하이웨이가 그랬듯, 그의 일관적인 관심사는 인간의 머릿속, ‘꿈’이다. <블루 벨벳은 우연히 숲속에서 줍게 된 잘린 ‘귀’를 통해 꿈의 세계로 입성하게 되는 ‘제프리’(카일 맥라클란)의 이야기다. 그렇게 제프리가 경험하는 꿈속 세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그가 사는 노스 캐롤라이나의 작은 마을 럼버튼 같은 곳에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추잡하고 음탕하지만 너무 매혹적이어서 저항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이다.
바카라 에볼루션 &lt;블루 벨벳&gt; 스틸컷 / 출처. 네이버 바카라 에볼루션
<블루 벨벳이 제프리의 ‘꿈’을 바탕으로 한다는 해석은 그가 겪고 목도하는 초현실적인 사건들로도 유추해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그가 만나게 되는 악당 ‘프랭크’(데니스 호퍼)와 그에게 딸을 납치당한 ‘도로시’(이사벨라 로셀리니)의 오이디푸스적인 관계로도 근거를 갖는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도로시를 ‘엄마’라고 부르며 성관계를 강요하는 프랭크의 모습은 오이디푸스 신드롬을 재현하며 프로이드적 꿈의 세계를 암시한다. 이는 바카라 에볼루션가 그린 공포스러우면서도 가학적인 영화의 꿈이다.바카라 에볼루션의 작품세계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꿈’의 메타포는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더욱 극명하게 반복된다.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한 ‘리타’(로라 해링)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거리를 헤매다가 ‘베티’(나오미 왓츠)의 집에 당도하게 된다. 베티는 리타의 기억을 찾아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관련한 장소와 인물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또 다른 에피소드. 작은 다이너 ‘윙키스’에 앉아 있는 남자는 마주한 남자에게 지난 밤 꾼 악몽에 대해 이야기한다. 식당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남자의 꿈은 곧 현실이 되고, 남자의 죽음 이후 우연히 같은 식당에 들르게 된 리타와 베티는 웨이트리스의 이름을 통해 리타의 정체와 관련한 중요한 조각을 찾게 된다. 그리고 한밤중 ‘실렌시오’ 극장으로 향하는 베티와 리타. 이들은 립싱크로 노래를 하는 프리마돈나에게 매료되어 눈물을 흘린다.
바카라 에볼루션 &lt;멀홀랜드 드라이브&gt; 스틸컷 / 출처. 네이버 바카라 에볼루션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블루 벨벳보다 더 극단적인 방법으로 꿈과 현실을 병치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꿈과 현실은 분절 없이 뒤엉키고 교차한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그나마 가장 명료한 이야기적 설정으로 보여지는 리타의 사고와 기억상실조차도 사실상 베티의 꿈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꿈이었는지 영화는 끝끝내 매듭을 보여주지 않은 채 끝이 난다. 바카라 에볼루션의 관객은 그렇기에 늘 혼란스럽다. 이야기의 아귀를 어떻게든 맞혀보려는 노력 따위는 바카라 에볼루션의 영화에 통하지 않는다.

이젠 더 이상 그가 주는 퍼즐을 풀 수가 없다. 데이비드 바카라 에볼루션는 우리에게 또 다른 꿈을 보여주는 대신 자신의 꿈속으로 영원히 떠나버렸다. 생전에 그는 "영화라는 매체는 관객들로 하여금 암흑 속에서 꿈을 꾸게 하는 마법이며 그러한 마법의 공간에서 길을 잃는 것만큼 멋진 일은 없다. (And film to me is a magical medium that makes you dream... allows you to dream in the dark. It's just a fantastic thing, to get lost inside the world of film)"고 말했다. 그러니 슬퍼하지 말자. 어쩌면 바카라 에볼루션는 그가 남긴 꿈의 퍼즐 속에서 헤매는 우리들을 보며 내내 즐거워 할는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분명 그는 그럴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lt;David Lynch the Art Life&gt; 스틸컷 속 데이비드 바카라 에볼루션 / 출처. IMDb
김효정 바카라 에볼루션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