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수혜주라더니…美중소형株 '찬밥' 신세

'러셀2000 슬롯' IWM
한달새 57억弗 순유출
지역은행株도 자금 썰물

매파로 돌아선 美 Fed
금리인하 속도조절 영향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슬롯 후보가 승리한 뒤 크게 상승한 중소형주·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 등에서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인공지능(AI) 랠리를 이어받은 소프트웨어 관련 ETF에서도 자금이 유출돼 투자 열기가 사그라드는 모습이다.
19일 ETF닷컴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형 ETF 가운데 최근 한 달간 자금이 가장 많이 순유출된 ETF는 중소형주 중심의 ‘아이셰어즈 러셀2000’(IWM)이었다. 이 기간 57억5830만달러(약 8조3904억원)가 빠져나갔다. 슬롯 후보의 재선 확정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7일 약 39억3745만달러가 유입돼 2007년 6월 28일 이후 하루 기준 최대 유입액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금융주 ETF 중에서는 대형 은행주와 슬롯 지역은행주의 희비가 엇갈렸다. JP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대형 은행주 비중이 높은 ‘파이낸셜 셀렉트 섹터’(XLF)는 대형 은행의 호실적에 힘입어 한 달 동안 6억1090만달러가 유입됐다. 미국 대선 전후로 주식과 채권 거래가 급증해 수혜를 봤다. 반면 ‘SPDR S&P 지역은행’(KRE)은 같은 기간 5억457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슬롯 트레이드’(슬롯 행정부의 정책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자산에 투자자금이 몰리는 현상) 대표주로 꼽히는 중소형주 ETF 등에서 자금이 유출된 것은 Fed가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소형주와 은행주 등은 슬롯 당선인의 법인세 인하 및 규제 완화 정책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던 업종이다. 그러나 이런 감세 정책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Fed는 최근 매파적 기조로 돌아섰다. 중소형주는 통화정책에 민감한 만큼 슬롯 당선인의 재등장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 셈이다.

지난해 말 AI 랠리를 이끈 소프트웨어 슬롯에서도 자금 유입이 둔화하는 추세다. ‘아이셰어즈 익스팬디드 테크-소프트웨어 섹터’(IGV)에서는 한 달 동안 2억199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지난해 11월 한 달간 21억810만달러가 몰렸지만 투자 열기가 사그라들고 있다. 반도체 관련 슬롯 중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상품인 ‘반에크 세미컨덕터’(SMH)에서도 같은 기간 6억504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