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 슬롯 꽁 머니들 "내년엔 美보다 韓증시 투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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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한국 슬롯 꽁 머니 보고서'금융자산을 10억원 넘게 보유한 슬롯 꽁 머니가 지난해 46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내년 매력적인 투자처로 주식과 금을 꼽았다. 특히 해외 주식보다 국내 주식 투자 의향과 기대 수익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자산 10억 넘는 슬롯 꽁 머니 46만명
52% "韓증시, 주가 많이 안 올라
연간 목표수익률은 17% 기대"
"슬롯 꽁 머니 비중 확대" 작년比 5.7%P↓
美 금리인하 전망 따라 출렁이는
22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4 한국 슬롯 꽁 머니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슬롯 꽁 머니는 46만1000명, 전체 인구의 0.9%로 추정됐다. 전년보다 1.0% 늘었지만, 이 증가율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낮았다.슬롯 꽁 머니 10명 중 9명(42만2000명)은 1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자산가’였다. 보유 금융자산이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인 고자산가는 6.3%(2만9000명), 300억원 이상인 초고자산가는 2.2%(1만1000명)였다. 서울(45.3%)과 경기(22.1%), 인천(3.1%)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슬롯 꽁 머니 비중이 70.4%에 달했다.
슬롯 꽁 머니들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총자산 가운데 금융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슬롯 꽁 머니의 총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8.9%로 전체 가계(16.8%)보다 약 2.3배 높았다. 세부적으로 슬롯 꽁 머니들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거주용 주택(32.0%), 현금·수시입출금식예금 등(11.6%), 거주용 외 주택(10.9%), 빌딩·상가(10.3%), 예·적금(8.7%), 주식(7.4%) 순으로 나타났다. 작년과 비교하면 주식과 거주용 외 주택 비중이 0.8%포인트씩 상승했다.슬롯 꽁 머니들은 분산투자와 장기투자 원칙을 고수했다.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인 슬롯 꽁 머니의 25.0%는 국내 주식에 20년 이상 투자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평균 6.8개 국내 주식 종목을 보유했다.
국내 슬롯 꽁 머니 선호 ‘눈길’
연구소는 7월 31일부터 9월 6일까지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이 각각 10억원을 초과한 슬롯 꽁 머니 400명을 면접했다. 이들 가운데 52.3%는 ‘내년 국내 주식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눈에 띄는 점은 해외 주식(34.8%)보다 국내 주식 투자 의향이 높다는 것이다. 올해 미국 등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 국내 주가 상승률이 낮았다는 점에서 저가 매수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슬롯 꽁 머니들이 국내 주식에 기대하는 연간 수익률은 평균 16.9%로 해외 주식(16.0%)과 펀드(14.5%), 채권(12.8%) 대비 높았다.한국 슬롯 꽁 머니는 향후 1년 이내 고수익이 예상되는 투자처로도 주식(35.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금·보석(33.5%), 거주용 주택(32.5%), 거주용 외 주택(31.3%), 빌딩·상가(21.3%) 등이 뒤를 이었다. 3∼5년 중장기 투자에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유망 투자 대상은 거주용 주택(35.8%), 주식(35.5%), 거주용 외 주택(32.3%), 금·보석(30.3%) 순으로 나타났다.다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져 슬롯 꽁 머니들의 전체적인 투자 기조는 ‘현상 유지’가 주를 이뤘다. 내년 주식투자 금액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63.0%에 달했지만 투자액을 늘리겠다는 비중은 15.3%에 그쳤다. 지난해(21.0%)와 비교하면 주식에 추가 투자하겠다는 응답은 5.7%포인트 하락했다. 금융자산을 20억원 보유한 40대 남성 A씨는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고, 전쟁 등 불확실성 요인도 끊이지 않고 있다”며 “리스크 요인이 현실화해 주가가 하락하면 그때 추가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