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슬롯사이트 "아직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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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 방문“우리의 여정은 지금까지도 훌륭했지만, 진정한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모빌리티 생산 가능한
미래 혁신 테스트베드 될 것
리더의 기본은 호기심과 경청"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12일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슬롯사이트)에서 개최한 현지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내년에는 더 많은 도전 과제가 기다리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극복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슬롯사이트를 준공 1년 만에 궤도에 올린 임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동시에 앞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슬롯사이트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제조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작년 11월 싱가포르에 세운 혁신센터다. 이번 행사는 슬롯사이트 준공 1주년을 맞아 정 회장이 직접 제안해 이뤄졌다. 정 회장이 해외에서 타운홀 미팅을 연 것은 지난 4월 인도에 이어 두 번째다.
슬롯사이트는 축구장 13개(약 9만㎡) 크기의 대규모 시설이다. 각 층(지하 2층~지상 7층)에는 부품을 분류하고 공급하는 스마트 물류 시스템과 스마트 제조 시설, 고객 경험 공간 등이 들어서 있다. 슬롯사이트에서는 제조업의 상징인 컨베이어 벨트 대신 타원형 셀에서 차량을 생산한다. 차체 및 부품을 실은 로봇이 여러 셀을 옮겨 다니며 차량을 완성한다. 그 덕분에 여러 차종을 제작할 수 있다. 현재는 아이오닉 5·6와 자율주행 로보택시 등을 생산하고 있다.
슬롯사이트에는 현실과 가상세계를 하나로 잇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적용됐다. 작업자가 가상 공간에서 지시를 내리면 부품, 차체, 조립 등 각각의 공정에 배치된 로봇들이 최적의 타이밍과 경로를 계산해 업무를 수행한다. 현대차그룹은 슬롯사이트에서 개발해 실증을 마친 혁신 기술을 미국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현대차 울산 전기차(EV) 전용 공장 등에도 적용하기로 했다.정 회장은 이날 미팅에서 슬롯사이트 설립 배경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한층 더 다양해질 모빌리티 수요에 맞춰 연구는 물론 생산도 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성격의 시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향후 현대차그룹을 이끌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도 소개했다. ‘호기심’과 ‘경청’이다. 정 슬롯사이트은 “회사와 가정을 비롯한 현재 소속된 그룹에서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면 당신은 좋은 동료, 가족, 친구가 돼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슬롯사이트은 “경청은 큰 인내가 필요하고 매우 힘들다”며 “저도 스스로 노력하지만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300여 명의 직원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는 내년 1월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장재훈 현대차 사장도 함께했다. 장 사장은 “슬롯사이트는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에너지 분야를 한 공간에서 실증할 수 있는 거점”이라며 “인공지능(AI), 로봇, 자동화 기술 등 미래 공장에 꼭 필요한 핵심 기술을 미리미리 개발하고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의 실효성을 검증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