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사이트 "외국인 빠져나가는데 매번 말로만"…개미들 '분통' 터진 이유 [신민경의 여의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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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의 여의도발(7)]"증권시장안정슬롯사이트(증안편드) 재가동과 관련해 금융당국 등으로부터 전혀 연락받은 바 없습니다."
"10조 증안슬롯사이트 대기" 금융위 자신
실제 가동 가능성 '미지수'
개미들 "어디까지 밀려야 가동할 건가"
"신중론만이 답은 아냐" 시장 지적
7일 증안슬롯사이트 투자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신우 스틱인베스트먼트 총괄대표는 증안슬롯사이트 가동 계획 관련 진척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증안슬롯사이트는 비상계엄 사태 충격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되자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화 조치 일환으로 다시 꺼내든 카드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10조원 규모 증안슬롯사이트가 언제든 즉시 가동되도록 대기시켜놓겠다"고 밝힌 최근까지도 슬롯사이트 투자 시기와 규모 등을 지휘하는 투자관리위원장인 강 대표와의 소통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증안슬롯사이트 카드를 제시한 구두 개입만으로 일단 증시의 추가 급락은 저지했다고 판단, 과거와 같이 실제 가동 채비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0조 언제든 투입" 장담한 슬롯사이트…실제로는?
비상계엄 사태가 덮친 국내 증시에 패닉셀(공포로 인한 투매)이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증안슬롯사이트 발동을 위해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이 활용 가능한 방안을 보유하고 있지만 신중론만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이러다가는 방망이도 못 휘두른 채 시장 대응 적기를 지나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증안슬롯사이트는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유행 시기 10조원 규모로 조성한 뒤 투입하지 않은 상태다. 패닉 장세가 나타나면 자금을 투입, 주식을 매입해 시장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금융회사와 증권 유관기관이 마련한 기금이다. 슬롯사이트 투자 시기와 규모는 증안슬롯사이트 투자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한다.현 시점에서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증안슬롯사이트 가동 계획은 세우지 않고 구두 개입으로만 대응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폭락하자 증안슬롯사이트를 조성만 해놓고 실제 가동시키지 않은 2020년과 2022년과 유사한 흐름이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증안슬롯사이트를 '마지막 칼자루'로 여기기 때문에 이번에도 추후 시장 반등으로 가동이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풀이한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증안슬롯사이트라는 장치를 최대한 가동하지 않는 것이 당국 입장으로서도 최선인 데다, 구두로도 시장 안정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가동까진 가지 않으려고 한다"며 "극심하고 부진한 상황이 '연속성'을 보이면 증안슬롯사이트를 고민해 보겠지만 당장으로서는 가동할 유인이 적다"고 평가했다. 한 증권유관기관 고위 임원은 "이번에도 지난번 미집행된 자금을 끌어다 쓰는 것"이라며 "당국에서 집행 관련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진행 상황과 달리 금융위는 증안슬롯사이트 카드를 최근 들어 꾸준히 내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전인 지난달 말 이미 금융위는 증안슬롯사이트 투입을 암시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증안슬롯사이트 투입 가능성은) 언제든 유효하다. 돈을 넣을 기관들도 준비돼 있어, 언제든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투입 시기는 적절한 타이밍을 봐야 한다"고 했다. 계엄 직후인 이달 4일 아침 금융위는 투입 가능 규모까지 언급하며 "10조원 규모 증안슬롯사이트 등 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다 다 죽겠다" vs "신중" 개미-당국 간 동상이몽
투자자들이 당국 발언에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난 7월 한때 2896.43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5개월 만에 약 470포인트가 증발했다. 6일 코스피는 '탄핵 정국'에 개인투자자들의 투매 물량이 쏟아져 전날보다 0.56% 내린 2420선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8% 밀려 24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코스닥도 장중 한때 3% 넘게 밀려 4년7개월 만의 최저치(장중 기준)를 찍기도 했다.포털사이트 코스피 종목토론방에서 한 투자자는 "계엄령까지 나온 마당에 대체 지수가 얼마나 더 빠져야 증안슬롯사이트를 가동시켜줄 건가"라며 "자린고비가 천장에 굴비 달아놓듯 쳐다만 보다 끝나겠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증안슬롯사이트는 맨날 준비만 한다. 분명 이번에도 말로만이다"며 "외인이 계속 빠져나가는데 뭐라도 수를 써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정부는 1990년을 시작으로 '카드 대란'이 있던 2004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덮친 2008년, 코로나19 사태 전후인 2020년·2022년 등 다섯 차례에 걸쳐 증안슬롯사이트를 도입한 바 있다. 다만 2020년과 2022년에는 11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조성만 되고 돈이 실제 시장에 풀리지는 않았다.그간 증안슬롯사이트를 두고 시장에선 "당국의 개입은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시장 실패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다만 증안슬롯사이트의 정책적인 효과를 증명하기 어렵고, 가동 사실 자체가 시장이 우려를 직접 확인케 하는 부작용도 있기 때문에 신중론이 좀 더 우세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인위적으로 10조원을 투입한다고 실제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오고 주가가 상승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오히려 증시에 일시적인 가격 거품만 유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붕괴 전 개입 필요…신중론만이 답은 아냐"
다만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선 슬롯사이트이 더이상 '신중모드'만 고집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함께 하락하는 장세가 아닌 한국 증시만 유독 부진한 상황에선 증안슬롯사이트라도 가동해 외국인 투자자를 붙잡을 필요가 있지 않겠나"라며 "당국이 지금의 시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가동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지금 증안슬롯사이트를 투입해도 될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 기업 이익 추정치 하향, 트럼프발(發) 관세 리스크 등에 이어서 '탄핵 정국' 리스크까지 국내외 악재가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헤지슬롯사이트 대표는 정국 불안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우려가 국내 투자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여러 국가 증시를 투자대상으로 보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무정부 상태가 우려되는 국가의 주식을 사겠냐"라고 반문했다.한 증권사 시황 담당 연구원도 "최근 한국 증시 부진은 핵심 이유를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됐다"며 "시장이 더 붕괴되기 전에 (증안슬롯사이트 투입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면 (투입도) 좋은 방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