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큰고니 날아와 쉬는 슬롯 꽁 머니의 겨울

슬롯 꽁 머니하면 먹물 같은 묵직한 농도와 무게감이 느껴진다. 대숲과 갈대숲을 스치는 바람결에 선비의 한과 집념이 전해져서일까.
슬롯 꽁 머니만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는 큰고니 무리
선비의 유배지, 슬롯 꽁 머니을 만나다슬롯 꽁 머니은 다산 정약용이 오랜 세월 유배한 곳인만큼 관련한 명소가 여럿 있다. 첫 번째로 만덕산 기슭에 자리한 다산초당이다. 다산 정약용은 슬롯 꽁 머니에서 18년을 유배했는데 그중 11년을 다산초당에 머물면서 목민심서, 경세유포, 흠흠신서 등 600여 권에 달하는 조선조 후기 실학을 집대성했다. 화내면 지는 것, 울면 지는 것이라는 말도 있는데 선비의 발자취는 흉내도 못내겠다.
다산초당
두 번째는 백운동원림이다. 다산은 1812년 초의선사, 제자들과 함께 월출산을 등반하고 백운동원림에 들렀다. 조선 중기 처사 이담로가 조영해 은거했던 별서 정원으로 다산은 이곳에서 단 하룻밤을 유숙하고 <백운첩을 남겼다. 하룻밤이 잊고 싶지 않은 꿈처럼 진했으리.
백운동원림
다산은 초의선사에게 ‘백운동도’를 그리게 하고 서시와 발문, 백운동 12경 등을 시와 그림으로 담았다. 애틋한 마음이 만든 시첩 덕분에 백운동원림은 그때 그 모습으로 복원되어 오늘날까지 경승지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백운동원림의 대숲을 따라 나서면 월출산을 병풍처럼 두른 슬롯 꽁 머니다원이다. <구운몽의 팔선녀가 머물다 갔을 법한 월출산 봉우리가 기이하고 신비롭다.
여름의 슬롯 꽁 머니다원(월출산차밭)
한편, 다산초당에서 초의선사가 머문 백련사는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큼 가깝다. 초의는 다산보다 24살이 어렸지만 두 사람은 학식을 나누고 우정을 쌓다. 초의는 다도의 달인으로 정평이 난 인물로, 다산이 호에 차 다(茶)를 쓸 만큼 사랑한 데에 초의의 영향이 컸다고 알려져 있다.
겨울의 슬롯 꽁 머니다원(월출산차밭)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짱뚱어를 보다

강진에 가서 슬롯 꽁 머니을 보고 오지 않는 것은 양복을 잘 차려입고 넥타이를 매지 않은 것과 같다. 슬롯 꽁 머니은 1131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축구장 면적의 90배가 넘는 갈대군락지가 형성되어 어느 계절 방문해도 자연의 멋이 넘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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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사이의 생태탐방로를 지나면, ‘날 허투루 보지 말라고’ 작지만 단단한 몸매의 짱뚱어가 시선을 끈다. 갯벌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는 짱뚱어, 큰 녀석은 어른 손바닥만 하다. 미남미녀에 속하는 외모는 아니다. 두 눈은 튀어나올 듯 부리부리하고, 머리부터 몸통까지는 둥글고 투실투실, 꼬리 부분에서 급격히 가늘어져서 올챙이 같다. 성질은 세상에 불만 많은 청소년 같다. 참지 않는다.
슬롯 꽁 머니의 짱뚱어
&lt;자산어보&gt;에 철목어라 기록된 짱뚱어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눈이 튀어나온 모양을 두고 철목어(凸目魚), 서유구는 <전어지에 탄도어(彈塗魚)라고 짱뚱어를 기록했다. 갯벌 위에서 상대를 향해 빠르게 튀어나가거나, 높이뛰기(점프)를 하는 모양을 빗댄 것으로 추측된다.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 나타나면 등지느러미를 위로 바짝 치켜 몸을 키우고, 좌우로 난 지느러미를 지지대 삼아서 갯벌 위를 미끄러지듯 활보한다.
여름에 접어들 무렵의 슬롯 꽁 머니
그중 짱뚱어는 무더위와 추위에 약하고 겨울에는 동면을 한다. 더 추워지면 갯벌에 몸을 숨겨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없다. 대신 시베리아에서 큰고니 2000여 마리가 날아온다. 11월에서 2월이면 날갯죽지에 고개를 파묻고 쉬는 큰고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병마절도사가 현감에게 대접한 돼지불고기

슬롯 꽁 머니하면 한정식으로도 유명한데, 부담없는 가격의 병영불고기도 인기다. 슬롯 꽁 머니 10미에 속하는 돼지불고기구이로 병영불고기, 병영돼지불고기 등으로 불린다. 이 병영불고기가 만들어진 곳이 병영면에 소재하는 전라병영성이다. 조선 1417년인 태종 17년에 축조해 1895년 갑오경장까지 전라도와 제주도를 포함한 53주 6진을 총괄한 육군의 총지휘부였다.
복원 중인 슬롯 꽁 머니의 모습
어마어마한 역사의 슬롯 꽁 머니은 지난 1997년 사적으로 지정되면서 소실된 건물과 유적의 복원 장비 작업이 시작됐다.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성문과 성벽 일부가 복원되어서 웅장한 멋을 느낄 수 있다. 슬롯 꽁 머니에서 병영돼지불고기가 탄생한 데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진다. 항렬과 직책이 반복해 등장하니 잘 읽어보자.
매콤한 양념과 야들야들한 식감이 조화를 이루는 병영불고기
‘슬롯 꽁 머니 현감의 친조카가 전라병영성 최고 책임자인 병마절도사로 부임해서 현감이 축하 인사를 하러 갔다. 병마절도사의 지위가 높지만, 현감을 웃어른으로 대접해 양념이 잘 된 돼지고기를 내놓은 것이 병영불고기의 시초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병영면에는 ‘병영 돼지불고기’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두루 자리한다.

(사진=이효태 포토그래퍼)
정상미 기자 vivi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