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없이도 '잭팟'…난리 난 김천 '김밥슬롯사이트' 알고보니 [혈세 누수 탐지기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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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슬롯사이트들, '폭망' 일수인데
대박 난 김천 김밥 슬롯사이트에 눈길
지자체 슬롯사이트 예산 10% 수준으로
"내년이 더 기대" 대성공 이뤄
마치 '백종원 매직'을 연상시키게 하는 이런 일이 어떻게 지방자치단체 노력으로 일어난 것일까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충남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며 예산시장을 지역 명소로 만들었습니다. 지난 9월 '예산 맥주 페스티벌'에도 예산군 인구보다 4배 많은 35만명을 몰면서 연달아 '히트'를 쳤습니다. 한경 혈세 누수 탐지기(혈누탐) 팀이 전국 지자체가 벤치마킹해야 할 '김천 김밥슬롯사이트'를 더 깊이 들여다봤습니다.
슬롯사이트에 필요한 3박자가 '딱'
김천 김밥슬롯사이트의 '대박' 요인은 다른 슬롯사이트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수요 파악 ▲내실 있는 콘텐츠 기획과 만반의 홍보 ▲무리 없는 예산·운영 편성이라는 3박자가 적절히 맞아떨어진 결과로 정리됩니다.익히 알려졌다시피 김천과 하등 상관없는 '김밥'을 슬롯사이트 주제로 선정한 이유는 MZ(밀레니얼+Z)세대에게 김천을 알리기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김천 하면 '김밥천국'이 떠오른다는 반응이 가장 많이 나오면서입니다. 시작부터 공무원들이 아이디어를 던지기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걸 먼저 물어본 겁니다.
김밥과 맞는 컨셉이 '소풍'이기 때문에 최적지로 '사명대사공원 및 친환경생태공원 일대'를 적절한 장소로 골라 진행했는데 장소 제한에 10개 업체만 추리고 김밥을 1만개만 준비한 것도, 장소가 협소해 인파를 감당을 못한 것도 오히려 홍보가 더 되고 무리한 예산 집행이 되지 않으면서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그런데 이번 슬롯사이트에 들인 예산은 1억5000만원 정도랍니다. 이는 올해 지자체 슬롯사이트 1개당 평균 예산인 14억의 10% 수준입니다.
이렇게 모든 대박 요소의 박자가 맞을 수 있었던 배경은 따로 있습니다. 아래 일선 공무원들이 가져온 결과물을 그대로 실행할 수 있게 밀어준 윗선이 있었던 것입니다. 김천시 관계자는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셨다"고 전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무원 조직에 인색한 누리꾼들도 찬사를 보냈습니다. 시 게시판은 물론이고 SNS, 뉴스 댓글에도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 "남는 것보다 오히려 낫다", "이 정도 난리는 환영" 등 긍정적인 반응이 쇄도했습니다.
김천 정도면 '유니콘'…
현실 속 진짜 지자체 슬롯사이트·행사는
김밥 슬롯사이트 같은 지자체 사례는 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금 수십억 원을 쏟고도 파리만 날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혈누탐팀이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을 통해 산출한 결과, 2024년 전국 17개 지자체 행사·슬롯사이트 경비 예산은 약 1조4000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5년간 약 20% 증가한 수준입니다. 개수도 884개에서 1170건으로 32% 늘었습니다.가장 큰 문제는 참가율은 계속 떨어지고 경제 효과는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나라살림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3년 전국 지자체 지역주민의 지역슬롯사이트 참가율은 9.6%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마이너스 성장하지 않은 곳은 충남과 전남뿐이고 나머지 지자체는 모두 지역 슬롯사이트 인기가 떨어졌습니다. 외부 방문객 비율도 같은 기간 1.6% 감소했고, 1인당 관광소비액은 13%나 떨어졌습니다. 예산도 슬롯사이트 수도 몇십퍼센트나 늘렸는데 경제 효과는 마이너스 성장이라니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현행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기관의 승인통계로는 각 지자체의 지역슬롯사이트 현황을 파악하기 한계가 있다"며 "통계 없는 정책이 없듯 지역슬롯사이트의 효과적인 관리와 내실화를 위해 선 관련된 근거 기준을 마련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천 김밥슬롯사이트 대박' 이끈 총괄의 조언은
그는 "슬롯사이트를 하면 전체 예산 중 한 20%는 가수를 부르는 데 돈을 쓰곤 한다. 사람들이 가수가 오면 슬롯사이트 참가율이 높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트로트 가수라든지 유명 가수를 부르는 데 많은 예산을 쓴다"며 "그런데 저희는 이번에 유명한 가수로는 '자두'만 불렀다. '김밥'이라는 노래 때문이다. 불필요한 비용은 좀 줄이고 콘텐츠 쪽으로 힘을 줬던 게 시민들께서 긍정적으로 봐주신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 김밥슬롯사이트 계획을 벌써 구상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경연대회를 통해 엄선된 김밥들을 선별하고, 대기업과 협업해 슬롯사이트 때 선보이는 방안도 거론 중"이라면서 "전국에 좀 유명한 김밥집을 김천으로 모으는 것도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가 생각했을 때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은데, 너무 좋게들 봐주시니까 부담감도 있고 내년에는 더 잘 될 수 있게 잘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습니다.팀장님 말씀에 모든 게 담겨있습니다. 다른 지자체들은 이 모든 영광을 김천시에게 뺏기시겠습니까.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