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필과 바카라 꽁 머니, 농도짙은 앙상블로 환상의 하모니를 빚어내다

빈 필하모닉 바카라 꽁 머니 내한

'젊은 거장' 바카라 꽁 머니과 협연
베토벤 바카라 꽁 머니 협주곡 3번 연주
바카라 꽁 머니 관현악 호흡 돋보여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
느린 템포로 빈 필 색깔 들려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가 이끄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바카라 꽁 머니 협주곡 3번을 협연하고 있다. 이솔 기자
빈 필하모닉 바카라 꽁 머니의 내한 공연이 열린 지난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장 로비는 기대에 부푼 관객들로 북적였다. 명실상부 세계 최정상급 바카라 꽁 머니 빈 필과 동년배 중 최고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한국의 ‘젊은 거장’ 조성진의 협연은 그간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던 조합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90여 분간 관객들의 부푼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는 음악을 선보였다. 빈 필과 조성진은 바카라 꽁 머니 관현악의 물리적 결합을 넘어선 ‘화학적 결합’ 수준의 농도 짙은 앙상블로 관객을 빨아들였다. 마치 바카라 꽁 머니 오케스트라가 하나가 된 듯, 이들이 선사한 하모니는 유기적이었다. 오케스트라의 교향시 연주로 채워진 2부에서는 빈 필만의 색채가 짙게 묻어난 프로그램과 독보적인 음색으로 관객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바카라 꽁 머니 관현악의 ‘화학적 결합’

첫 곡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이었다. 피아니스트 개인의 기량도 뛰어났지만, 더 놀라운 건 바카라 꽁 머니 오케스트라가 맞추는 앙상블이었다.

1악장에서 오케스트라가 베이스라인을 강조하면 협연자 조성진 역시 베이스라인을 더욱 강하게 연주하며 대화를 함께했다. 특히 2악장에서 바카라 꽁 머니 플루트가 만든 대화는 최고의 1분이었다. 플루트가 데크레셴도로 소리를 천천히 줄여나갈 때 조성진 역시 그쪽을 바라보며 단계별로 아주 세밀하게 음량을 맞추고, 플루트 단원의 호흡까지 고려해 그 순간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앙상블을 만들었다.

이때 지휘자가 템포를 더 늦출 것을 요구했는데, 플루트와 바카라 꽁 머니 모두 보란 듯 더 아름답고 완벽하게 해냈다. 협주곡의 매력이었다.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앙상블은 리사이틀과는 필요로 하는 역량이 완전히 다르다. 오케스트라와 이렇게 깊은 농도의 음악을 만드는 조성진을 보고 있으니, 어쩌면 그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바카라 꽁 머니은 1악장 카덴차에선 이 작품의 낭만성을 극대화했고, 2악장에선 배음까지 고려해 울림을 조절했다. 3악장에선 재치 있는 악센트와 절제됐지만 위트 있는 유머가 기억할 만한 순간이었다.

앙코르는 쇼팽 왈츠 14번이었다. 베토벤 바카라 꽁 머니 협주곡이 자신이 원래 가진 스크립트를 충실히 따르는 연주였다면, 왈츠는 그 스크립트를 완전히 집어던졌다. 자유분방하고 즉흥적인 요소까지 더해졌고, 순간의 깜짝 포르찬도(특히 세게)로 관객뿐 아니라 무대 위 단원들까지 깜짝 놀라게 했다.

빈 필의 색깔로 그려낸 ‘영웅의 생애’

2부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였다. 앙상블이 흔들리며 다소 산만하게 시작했으나 이내 바로잡으며 높은 수준의 ‘영웅의 생애’를 보여줬다. 이날이 빈 필의 최고 수준 앙상블은 아니었지만 빈 필의 색깔로 그려진 ‘영웅의 생애’라는 점에서 특별했다.바카라 꽁 머니는 조금 느린 템포를 선택했는데, 템포가 빨랐다면 들을 수 없었던 주제들이 여기저기 선명하게 들렸다. 또 미묘하게 시시각각 변해가는 현악기들의 소리 역시 느린 템포에서 더더욱 돋보였다. 앙상블을 맞추기 어려운 음악이었지만 빈 필은 바카라 꽁 머니의 요구에 적극 따라줬다.

물론 지휘자가 조금 더 구체적인 방향을 정해서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것도 좋았겠지만, 지휘자의 해석을 떠나 빈 필 고유의 색깔을 느낄 수 있어 즐거웠다. 이 바카라 꽁 머니가 아름다운 건 단순히 악보에 적힌 음표를 정확하게 연주해서가 아니었다. 단원들이 매 순간 서로의 흐름을 감지해 뉘앙스를 조절하고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아름다웠다.

그런 이유로 지난 23일 빈 필이 들려준 말러 교향곡 5번도 그랬지만, 감정적인 카타르시스의 순간보다 다음 악구로 넘어가는 순간순간이 아름답고 경이로웠다. 자연스럽게 개별 단원이 갖춘 뛰어난 역량이 발휘될 수 있었고, 관객들은 빈 필이 가진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또 이게 안드리스 넬손스의 장점이기도 하다. 넬손스는 단원들을 지나치게 통제하지 않는다. 커다란 방향이 정해지면 나머지는 단원들에게 맡겼다. 이미 수도 없이 ‘영웅의 생애’를 연주 해온 단원들이다. 넬손스는 현재 크리스티안 틸레만과 더불어 빈 필이 가장 좋아하는 바카라 꽁 머니 중 한 명이다. 틸레만이 단원들에게 뛰어난 비전을 제시하며 자신의 음악을 따라올 수밖에 없게 만드는 바카라 꽁 머니라면 넬손스는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연주하도록 도왔다.

앙코르는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비행중 폴카’였다. 넬손스가 신년음악회 때 빈 필과 선보인 작품이다. 여기서부터 바카라 꽁 머니는 빈 필에 음악을 온전히 맡겼다. 바카라 꽁 머니보단 단원들에게 훨씬 익숙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빈 필이 아니면 흉내 낼 수 없는 리듬과 그 리듬 사이 찰나의 미학이 관객들을 기쁘게 했는데, 역시 빈 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음악이었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