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대표 화가' 슬롯 꽁 머니, 1주기에 韓·美서 다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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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화이트큐브 갤러리“배접(褙接·종이나 천을 겹쳐 붙이는 그림의 밑슬롯 꽁 머니)해라. 나가면 슬롯 꽁 머니할 게 너무 많다.”
11월부터 박 슬롯 꽁 머니 마지막 작업 소개
부산 조현화랑서는
슬롯 꽁 머니 주제로 한 권오상 작업 펼쳐
지난해 10월 14일 세상을 떠난 단색화 대표 화가 박서보 슬롯 꽁 머니(1931~2023)의 마지막 말은 이랬다. 작품 활동을 돕던 며느리에게 남긴, 퇴원하자마자 바로 작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라는 당부였다.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는 와중에도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건 세계적인 화랑 화이트큐브의 미국 뉴욕 지점에서 있을 개인전. 작고 한 달 전인 지난해 9월 그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은 이랬다.“내년에 개인전을 연다. 슬롯 꽁 머니실을 찾은 제이 조플링 화이트큐브 대표와 신작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더없이 의미가 큰 슬롯 꽁 머니이라며 좋아했지만 나는 여전히 마음이 조급하다.”
박 슬롯 꽁 머니이 필사적으로 준비했던 이 전시는 결국 그의 1주기 기념전이 됐다. 다음 달 7일 화이트큐브 뉴욕에서 ‘박서보, 신문 묘법 2022~2023’이라는 제목으로 개막하는 전시다. 그의 마지막 작품 30점이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박 슬롯 꽁 머니은 화이트큐브의 유일한 한국 전속 작가였다.삶의 마지막에 이르러 박 슬롯 꽁 머니이 몰두한 화풍은 ‘신문 묘법’. 캔버스 위에 한지를 붙인 뒤 오래된 신문지를 붙이고 그 위에 유화물감과 연필과 유화물감으로 드로잉하는 방식의 작업이다. 이를 통해 그는 역사와 기록, 시간이라는 화두를 다뤘다. 폐암 3기 투병 중이었지만 그가 이 화풍으로 남긴 신작은 총 51점에 달한다. 갤러리는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런던 서펜타인 예술감독이 박 슬롯 꽁 머니 타계 한 달 전 진행했던 인터뷰도 도록에 함께 실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화이트큐브 뉴욕의 전시는 내년 11일까지.국내에서도 그의 1주기를 기념하는 전시 '박서보 | 권오상'이 열린다. 지난해 박 슬롯 꽁 머니의 생전 마지막 개인전이 열렸던 부산 조현화랑은 권오상의 ‘데오드란트 조각’ 작품을 선보인다. 데오드란트 조각은 인체를 찍은 사진들을 잘라 붙여 입체적인 형상을 만드는 권오상 특유의 작풍이다. 전시에서는 박 슬롯 꽁 머니의 여러 시절을 담은 실물 크기 작품 8점이 소개된다. 2022년 박서보재단(옛 기지재단)에서 열렸던 ‘오브제로서의 박서보’ 전시에도 소개됐던 작품들이다.조현화랑은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시기에 화가, 교육가, 예술 행정가로서 활동한 박서보 슬롯 꽁 머니의 조각과 나란히 서서 그의 예술적 유산을 기리고, 그가 한국 미술 남긴 깊은 영향을 되새겨볼 기회”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