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40% 추락 '죽 쑤는' 주가…슬롯 꽁 머니 CEO 또 교체

의존도 높은 中침체에 직격탄
지난해 이어 대대적 인사쇄신

중국의 소비 둔화 직격탄을 맞아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슬롯 꽁 머니가 결국 최고경영자(CEO) 교체 카드를 또 꺼내 들었다. 지난해 단행한 대대적인 경영 쇄신에도 불구하고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프랑스 증시에 상장된 슬롯 꽁 머니 모회사 케링그룹은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40% 가까이 급락했다.

슬롯 꽁 머니, 생로랑, 보테가베네타 등을 보유한 케링그룹은 성명을 통해 스테파노 칸티노 슬롯 꽁 머니 부사장을 신임 CEO로 임명한다고 9일 밝혔다. 지난 5월 슬롯 꽁 머니 부사장으로 합류한 칸티노는 임시 CEO를 맡고 있는 장 프랑수아 팔루의 뒤를 이어 내년 1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칸티노 신임 CEO는 루이비통, 프라다 등 럭셔리 브랜드를 거쳤다. 2019년부터 5년간 루이비통에서 커뮤니케이션 부문 임원으로 재직했고, 이전에 프라다그룹에서 약 20년간 근무하며 마케팅 부문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프란체스카 벨레티니 케링그룹 부사장은 “(팔루 CEO의 지휘하에) 지난 15개월간 구축한 기반을 바탕으로 칸티노와 슬롯 꽁 머니 담당자들이 브랜드를 다시 선두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슬롯 꽁 머니의 CEO 교체는 부진한 실적 탓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에르메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등 경쟁사 대비 중국 의존도가 높던 슬롯 꽁 머니는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하자 침체기에 직면했다. 케링그룹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슬롯 꽁 머니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올 상반기에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상반기 중국에서 케링그룹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주가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해 들어서 8일까지 케링그룹 주가는 39.87% 급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슬롯 꽁 머니의 부진은 중국 럭셔리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와 맞물려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슬롯 꽁 머니는 지난해 7월 경영진을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2015년부터 슬롯 꽁 머니의 회장 겸 CEO로 재직한 마르코 비자리가 사임했고, 프랑수아 헨리 피노 케링그룹 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팔루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2013년부터 생로랑을 이끌어온 프란체스카 벨레티니 CEO는 케링의 브랜드 개발 담당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장 마르크 뒤플레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그룹 부사장직을 맡았다. 지난해 1월엔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젊은 디자이너 사바토 데 사르노를 임명했다.

대대적인 인사 쇄신에도 슬롯 꽁 머니의 매출은 회복되지 않았다. FT는 “중국 시장에서 통했던 슬롯 꽁 머니의 화려함은 트렌드가 바뀌면서 위력을 잃었다”며 “상위 부유층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유행 타지 않는 미학’으로 슬롯 꽁 머니는 회복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슬롯 꽁 머니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