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로 그려 놓은 '정크 푸드' 정물화는 장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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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용재의 맛있는 미술관최근 대학 신문 기자와 인터뷰했다. 3월 한 잡지 주최로 참여한, 70점에 달하는 디저트 블라인드 테이스팅 콘텐츠가 소위 ‘바이럴’이 된 여파였다. 주된 화제는 백화점, 그 가운데서도 식품관이 각종 디저트 매장을 유치해 ‘편집숍’을 차리는 이유였다. 그런 가운데 ‘소비자의 욕구나 취향이 이런 매장이나 편집숍의 구성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노아 베리어의 일상 바카라 유화
과연 바카라의 현실이 그럴까? 나는 궁극적으로 정반대라고 이야기했다. 식품과 식재료만 놓고 보아도 바카라는 욕구나 취향에 맞춰 선택하고 있다고 굳게 믿지만, 사실 기업의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머무는 현실이다. 대부분의 경우 울타리를 인식이나 자각하지 못할 뿐이다. 또한 맛이나 필요보다 광고 등을 통한 브랜드의 이미지에 이끌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런 사실은 잘 모르고 ‘호랑이 힘’에 이끌려 브랜드와 시리얼을 선택한다. 그 과정에서 시리얼 자체의 건강함 여부는 거의 의문시되지 않는다. 홍보 전략에 제품의 디자인과 포장도 엄청나게 큰 몫을 한다. 궁극적으로 소비하는 게 이미지이니 잘 다듬어지고,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호랑이 힘이 솟는 시리얼은 파란색을 바탕으로 오렌지색과 흰색, 검은색의 호랑이가 경쾌하고도 호쾌한 이미지를 자아낸다. 빨간색의 기업 로고가 방점까지 찍어준다. 별생각이 없었다가도 매대를 지나가다가 포장에 이끌려 제품을 사게 될 것만 같은 매력을 지녔다. 생각해 보면 모든 대량생산 식품이나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가 이렇다. 원색을 활용한 간결하고 명쾌한 포장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작가의 이름 뒤에 생몰 연도를 소개하지 않았듯 베리어는 동시대인이다. 홈페이지에 나름의 글로 자기소개가 되어 있지만 상당 부분이 모호하다. 바카라를 대학과 대학원에서 전공했으며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딸린 사진으로 짐작하건대 나이는 최대로 잡아봐야 사십대로 보인다.그의 전문 분야는 지금껏 살펴보았듯 일상 가운데서도 일상의 바카라과 식재료이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브랜드일 던킨, 파파이스,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등과 협업을 한 바 있다. 최근 정크 푸드 수준의 냉동 딸기잼 샌드위치인 ‘언크러스터블스(Uncrustables)’를 그린 정물화가 이베이에서 4,999달러에 팔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용재 바카라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