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번엔 온라인 슬롯서 러브콜…"AI 메카 같이 만들자"

WSJ "TSMC·삼성 온라인 슬롯에 반도체 공장 설립 논의"
AI 투자 늘리는 온라인 슬롯, 1000억달러 부지 설립 추진
용수·인력 등 문제로 성사 여부는 불투명

최근 오픈AI·데이터센터 투자 늘리는 온라인 슬롯
파운드리 확보 시 독자 온라인 슬롯 생태계 갖게 돼
사진=한경DB
세계 1·2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와 삼성전자가 아랍에미리트(온라인 슬롯)에 반도체 제조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현지 정부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수 조달·인력 수급 문제 등으로 인해 현실적인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다만 데이터센터와 스타트업들을 유치하며 인공지능(AI) 산업을 '넥스트 오일'로 키우려는 온라인 슬롯의 비전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00억달러 규모 온라인 슬롯 단지 설립 추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TSMC 최고 경영진이 최근 온라인 슬롯를 방문해 대만 최대·첨단 시설과 비슷한 수준의 파운드리 단지를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온라인 슬롯를 방문한 삼성 고위 경영진 역시 향후 몇 년 간 온라인 슬롯에 반도체 제조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와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포럼 2024' 행사장이 참석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 슬롯는 반도체 제조 공장 여러개가 들어서는 복합 반도체 단지를 세우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총 비용은 1000억달러(약 134조원)가 넘는다. WSJ는 "TSMC 및 삼성과의 논의는 더 커진 온라인 슬롯의 기술 야망과 AI 열풍에 따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 확대에 자금을 지원하려는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한다"라고 평가했다.

논의는 초기 단계이며 여러 장애물이 있어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WSJ는 전했다. 가장 먼저 용수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실리콘 웨이퍼를 헹구는 등의 용도로 불순물을 제거한 초순수 용수가 필요하다. 온라인 슬롯의 물 대부분은 담수화를 통해 거친 해수로 상당한 정화 작업이 필요하다.

온라인 슬롯에 반도체 제조 공급망이 전무한 만큼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높다. TSMC는 인력 문제로 올해로 예정됐던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제조공장 가동을 1년 연기했다.중국 등 적대국으로 반도체가 넘어갈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도 주요 변수다.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는 미국은 중국의 무역 파트너인 온라인 슬롯를 통해 제재가 뚫리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TSMC와 삼성은 이번 프로젝트를 논의하면서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곧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고 있어 공장 건설이 시작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중동부 데시네 샤르피외의 그루파마 경기장에서 열린 2024년 월드스킬 리옹 직업기능경기대회 폐막식에서 한국 선수들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AFP

온라인 슬롯, 오일 메카에서 AI 메카로

TSMC·삼성전자와의 파운드리 공장 설립 논의는 'AI 메카'로 거듭나려는 온라인 슬롯의 야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라인 슬롯는 최근 AI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대규모언어모델(LLM), LLM 학습용 데이터를 관리하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온라인 슬롯 국부펀드 '무바달라'는 지난 3월 현지 AI 기업 G42와 함께 기술투자사인 MGX를 설립했다. MGX는 챗GPT 운영사인 오픈AI의 115억달러(약 15조3600억원) 규모 자금 조달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 중 하나라고 CNBC는 보도했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온라인 슬롯)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2월 두바이 엑스포시티에서 열린 COP28 행사를 마치고 나가며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
무바달라는 오픈온라인 슬롯의 라이벌인 앤스로픽에도 투자했다. 무바달라는 지난 4년간 8개 온라인 슬롯 기업에 투자한 가장 활발한 벤처투자자 중 하나다.

또 MGX는 지난 17일 마이크로소프트(MS), 블랙록 등과 '글로벌 온라인 슬롯 인프라 투자 파트너십(G온라인 슬롯IP)'을 체결하며 데이터센터 구축 및 전력 창출을 위한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AI칩을 생산하는 TSMC·삼성 등을 유치하면 온라인 슬롯는 LLM과 데이터센터, 파운드리라는 AI 공급망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무바달라 대변인은 "국영기업 MGX가 반도체 제조를 전략의 기둥으로 삼고 있으며 세계 파트너들과 정기적으로 대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