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의무 확대-꽁 머니 카지노 폐지' 함께 추진…재계 "소송 남발 우려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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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 공식 거론…정부, 본격 논의 착수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기 위해 꽁 머니 카지노를 폐지해야 한다고 전격 제안했다. 이 원장이 꽁 머니 카지노 폐지를 공식석상에서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담은 상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재계가 소송 남발 우려 등으로 거세게 반발하자 보완장치로 경영판단원칙 확립을 넘어 꽁 머니 카지노 폐지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유관 부처도 꽁 머니 카지노 폐지를 포함한 상법 개정 논의를 본격 진행하기로 했다.
재계 "꽁 머니 카지노 폐지 숙원이지만…
상법 개정과 맞바꿀수는 없어"
○꽁 머니 카지노 폐지 공론화한 이복현
이 원장은 이날 ‘상법 개정 이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형법상 꽁 머니 카지노뿐 아니라 상법에도 특별꽁 머니 카지노가 존재한다”며 “형사처벌 규정이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별꽁 머니 카지노는 폐지하는 게 마땅하고 형법상 꽁 머니 카지노도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되면 꽁 머니 카지노 등 소송의 남발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원장은 “특별꽁 머니 카지노 폐지가 어렵다면 경영판단원칙을 통해 명확히 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형법 제355조에는 꽁 머니 카지노가, 제356조엔 일반 배임에 비해 가중 처벌되는 업무상 꽁 머니 카지노가 규정돼 있다. 여기에 상법 제622조엔 회사 발기인, 이사, 임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꽁 머니 카지노가 명시돼 있다. 특별꽁 머니 카지노는 업무상 꽁 머니 카지노와 동일하게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재계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도 포함하는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 집단소송을 넘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거세게 반발하는 배경이다.이 원장은 꽁 머니 카지노 폐지가 정부의 공식 견해는 아니라고 밝혔지만 기재부와 금융위도 꽁 머니 카지노 폐지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담아 상법을 개정할 때 꽁 머니 카지노를 폐지하거나 적어도 꽁 머니 카지노 적용을 무력화할 수 있을 정도로 경영판단원칙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견해”라고 말했다. 경영판단원칙은 이사가 절차를 준수해 합리적 근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하면 그 결과 손해가 발생해도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것이다.
상법 개정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이날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주주 보호 강화를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일각에선 기업 밸류업의 핵심 대책으로 대통령실이 주도해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법무부가 반대 의견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이사 의무 확대 반대” 지속
재계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꽁 머니 카지노 폐지는 재계가 오랫동안 요구한 숙원 사안”이라면서도 “꽁 머니 카지노 폐지를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와 맞바꾸려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꽁 머니 카지노가 폐지되더라도 이사 충실의무 조항이 상법에 반영되면 경영진을 대상으로 사기죄 등을 앞세운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도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정부는 이달 말까지 열리는 기업 밸류업 관련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이르면 다음달 상법 개정 및 세제 인센티브를 담은 세법 개정안을 공개하겠다는 계획이다.
▶ 꽁 머니 카지노 명시된 관련법 조항○형법 제356조(업무상 배임)=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상법 제622조(특별꽁 머니 카지노)=회사 발기인, 이사, 집행임원, 감사위원 등이 임무에 위배해 회사에 손해를 가한 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강경민/김익환/장서우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