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한마디에 바카라 꽁 머니 폭등…"2000만원 안 아깝다"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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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의 영웅' 혹은 '바카라 꽁 머니 띄우는 호객꾼'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반도체 장비기업 A사는 유튜브, 인터넷카페 등에서 많은 팬을 거느린 '바카라 꽁 머니'(파이낸셜 인플루언서)를 초대하는 기업 탐방 행사를 주기적으로 한다. 바카라 꽁 머니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회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도록 해 주가를 올리기 위해서다. '주식농부'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도 조만간 회사를 찾기로 했다. A사 관계자는 "주가 관리를 위해 애널리스트보다는 바카라 꽁 머니에 더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했다.
바카라 꽁 머니의 명과 암
◆"주가 띄워라" 바카라 꽁 머니 찾는 기업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가를 띄우기 위해 바카라 꽁 머니와 협력하는 상장 기업이 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은 바카라 꽁 머니를 경계하는 경우가 많았고, 바카라 꽁 머니 역시 기업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바카라 꽁 머니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기업으로서는 이들과 대립하기보다 협력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가 2019년 2949만개에서 최근 7280만개로 늘어나는 등 개인 투자자 수가 급증한 게 이런 변화의 배경이다.2차전지 사업을 하는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B사도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바카라 꽁 머니를 찾고 있다. 이들을 회사에 초대해 신사업을 설명하는 탐방 행사부터 유튜브 컨텐츠 제작까지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애널리스트의 추천 리포트보다 바카라 꽁 머니의 말 한마디가 주가 부양에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며 "섭외 비용이 크더라도 부담해야 한다는데 경영진이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금양과 에코프로그룹, 케이엔솔, 엔켐 등도 바카라 꽁 머니의 덕으로 주가가 오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금양과 에코프로그룹은 수많은 개미 팬을 거느린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의 영향으로 지난해 주가가 급등했다. 올 들어 주가가 270% 가까이 오르며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엔켐은 에스앤티투자자문이 연초부터 추천주로 밀어 관련 유튜브 조회수만 수십만에 달한다.
◆증자 목적도…금융당국 규제 안 받아
상장사가 증자를 염두에 두고 바카라 꽁 머니와 협력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만기를 앞둔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을 유도하거나, 높은 주당 가액으로 유상증자를 해 큰 돈을 조달하는 식이다. C사는 지난해 바카라 꽁 머니의 영향으로 주가가 급등했고, 이후 수백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다.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바카라 꽁 머니는 기업 주가에 도움을 주는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편당 500만~2000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소 수억원이 드는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과 비교하면 바카라 꽁 머니와의 협력이 비용은 적게 들고 주가 부양 효과는 큰 경우가 많다"며 "증자 등을 앞두고 주가를 띄워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바카라 꽁 머니는 눈길이 가는 대안"이라고 했다.관련 법에 따르면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는 인플루언서는 해당 콘텐츠에 '이 기업에게 경제적 대가를 제공 받았다'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 바카라 꽁 머니의 주식 관련 콘텐츠는 광고성 여부를 명확히 따지기 어려워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콘텐츠를 보는 사람에게 정기적인 대가를 받고 투자 조언을 하면 금융당국에 유사투자자문업자로 사전 신고를 해야 하지만, 바카라 꽁 머니는 이 기준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자자가 아닌 기업에게 부정기적으로 대가를 받는 것은 신고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시세 조종 등 위법 행위 연루 가능성
일각에서는 "바카라 꽁 머니를 통한 과도한 홍보가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자의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작전 세력의 인위적 주가 부양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지난해 6월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배후로 지목돼 구속됐던 네이버 주식카페 '바른투자연구소' 운영자 강모씨도 바카라 꽁 머니로 불렸다. 강씨는 통정매매 등 시세 조종 성격의 주문을 반복해 동일산업, 동일금속, 만호제강, 대한방직 등 4개 종목 주가를 띄우고 부당 이득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유명 바카라 꽁 머니의 기업 홍보가 매수 쏠림을 야기해 주가에 거품을 만들거나, 바카라 꽁 머니가 자기 콘텐츠 노출을 염두에 두고 선행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사 IR담당자 사이에선 "일부 유명 바카라 꽁 머니를 섭외하려면 회사 주식을 줘야한다"는 얘기도 돈다. 회사를 홍보해 주가를 띄운 뒤 유상증자 또는 메자닌 발행을 할 때 바카라 꽁 머니를 조합 참여 형태로 주주·채권자 명단에 넣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해당 기업 지분을 보유한 바카라 꽁 머니가 주가를 띄운 뒤 보유 지분을 매도하는 선행매매로서 법적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바카라 꽁 머니가 주가를 움직이기 위해 자기 유명세를 활용하면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며 "잘못된 정보로 투자자의 의사 결정이 왜곡될 위험성도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