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일병 구하기…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 "원칙은 하나, 사업에 유리한 방향"

라인야후 딜레마
최수연, 日정부에 정면대응

日, 정보유출 빌미 "지분 넘겨라"
'혈맹' 소프트뱅크와 갈등의 골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대표 최수연)가 ‘라인(LINE)’ 딜레마에 빠졌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 운영사라는 지위를 포기할 수도, 일본 정부의 요구를 무시하기도 어려운 처치다. 당장 정해진 방침은 없다.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 사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하겠다는 큰 원칙만 정했을 뿐이다.

○니혼게이자이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소뱅 골 깊어져”

3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사장을 불러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 비밀 누설을 지적하며,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와의 자본관계 수정 등을 요청하는 행정 지도를 내렸다. 지난해 11월 라인 이용자·거래처·직원 등 개인정보 51만 건이 유출된 것을 문제 삼았다.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가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에 시스템 개발과 운용, 보수 등을 위탁하며 개인정보 관리를 허술히 했다고 지적했다. 라인 시스템의 인증 기반이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와 공동으로 사용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에 강하게 의존하는 관계가 (관리·감독 부실의) 큰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지난달엔 자본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두 번째 행정지도를 내렸다.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는 라인야후 지분을 유지할지, 일부라도 팔아 영향력을 줄일지 등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은 소프트뱅크가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에 라인야후 지분 64.5%를 보유한 지주회사 A홀딩스의 주식 매각을 요청하고, 이를 협의 중이라고 여러 차례 보도했다.교도통신은 지난달 25일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 주식을 약간 취득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해 일정 비율의 주식을 매입하려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소프트뱅크는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로부터 A홀딩스 지분을 한 주라도 사들이면 라인야후의 경영 주도권을 쥐게 된다. 오는 9일 라인야후 실적 결산 발표가 관련 협의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데자와 쓰요시 라인야후 사장이 공개석상에서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와의 관계 등을 설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혈맹’이던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와 소프트뱅크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와 소프트뱅크는 2019년 11월 라인과 야후재팬 경영 통합을 선언한 이후 우호적인 관계를 꾸준히 이어왔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와 소프트뱅크 간 골이 깊어진 것으로 전해졌다”며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는 소프트뱅크가 출자 비율을 높이려 나서는 데 대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 라인 경영권 지킬까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는 라인야후 지분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 회사는 2011년 6월 일본에서 라인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해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전화 불통으로 SNS 소통이 주목받은 직후였다. 이후 라인은 일본뿐 아니라 대만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2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매머드급’ 메신저로 자리 잡았다.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의 글로벌 사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소프트뱅크가 지분 구조 논의를 요구해 와도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가 응할 의무는 없다”며 “개인정보 유출 방지책을 꼼꼼하게 마련하면 일본 정부도 지분 매각을 계속 요구할 명분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내 반한 정서가 확산하고, 양국 외교 문제로 비화하는 모양새는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에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일각에선 한국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9일 “일본 국민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후속 행정지도는 한·일 외교관계와는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긋는 보도자료를 냈다. 앞서 대통령실, 외교부 등도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 입장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일본과 소통하겠다”고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정지은 기자/도쿄=김일규 특파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