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위험할 줄은"…밤마다 '슬롯사이트 추천' 보던 30대의 '한탄'

비만 위험 높이는 '슬롯사이트 추천' 콘텐츠
중고교생 5만명 분석 결과
"슬롯사이트 추천 보는 학생들 비만 위험도 높아"
손녀한테 "
"평생을 다이어트 중인 사람입니다. '슬롯사이트 추천' 보며 내일 뭐 먹지 생각하며 잠이 들어요. 그러다 한 번씩 '못 참겠다' 싶은 순간이 있어요. 정신을 차려보면 손엔 핸드폰이 들려있죠. '배민'(배달의 민족) 앱으로 야식을 주문하고 있더라고요. '슬롯사이트 추천'이 이렇게나 위험합니다."

한 30대 다이어터는 이번 여름을 앞두고 다이어트에 돌입했으나 '슬롯사이트 추천'(먹는 방송) 때문에 야식을 시키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탄했다. 이처럼 '슬롯사이트 추천'을 보다가 '모방의 유혹'에 빠지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슬롯사이트 추천'은 한국에서 유래된 용어로 2000년대 초반부터 확산해 일상처럼 쓰이는 단어다. 음식을 먹는 과정을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콘텐츠를 뜻하는데 대량의 음식을 먹거나, 독특한 음식을 먹기도 한다.

'혼밥'을 하는 일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슬롯사이트 추천을 보면서 다양한 음식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때로는 절대로 먹고 싶지 않은 '괴식'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다이어트 중에 타인의 슬롯사이트 추천을 보며 식욕을 참기도 한다. 이는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요소가 강해 많은 사람이 즐겨보는,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슬롯사이트 추천 시청이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슬롯사이트 추천에서는 종종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대량으로 섭취하는 모습이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콘텐츠에선 건강한 식습관을 장려하지 않으며, 오히려 과식이 즐거움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아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국내 연구에서 슬롯사이트 추천 시청이 비만 위험을 높이는 연관성이 드러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박은철, 김진현)은 국제학술지 '영양학 저널'(Nutrition journal) 최신호에서 한국청소년위험행태조사(2022년)에 참여한 국내 800여개 학교의 중고교생 5만453명(남 2만5749명, 여 2만4704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러한 우려가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 참여 학생의 체질량지수(BMI)를 저체중, 정상, 과체중, 비만의 네 가지 그룹으로 나눠 지난 12개월 동안 슬롯사이트 추천 시청 빈도를 분석한 결과 남학생의 63.9%, 여학생의 79.2%가 슬롯사이트 추천을 시청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슬롯사이트 추천을 시청하는 남학생은 저체중(6.9%)보다 과체중(11.2%)과 비만(16.7%)이 월등히 많았다. 반면 여학생은 저체중(9.5%), 비만(9.2%), 과체중(8.0%) 순으로 편차가 남학생만큼 크지 않았다.연구팀은 매주 1차례 이상 슬롯사이트 추천을 시청한 남학생의 경우 비만해질 위험이 슬롯사이트 추천을 전혀 시청하지 않은 남학생에 비해 22% 높은 것으로 집계했다.

남학생의 경우 슬롯사이트 추천에 흡연, 음주, 잦은 패스트푸드 섭취, 가당 음료 섭취 등의 생활 습관을 보일수록 비만했다.

같은 조건에서 여학생의 비만 위험도는 0.9%로 남학생만큼 큰 연관성은 관찰되지 않았다.연구팀은 슬롯사이트 추천 시청이 비만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메커니즘으로 '따라 먹기'를 꼽았다. 콘텐츠를 보며 자신의 평소 식사량보다 많이 먹거나 빨리 먹기, 간식 먹기, 야식 먹기, 매운 음식 먹기 등을 따라 하는 것이 비만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슬롯사이트 추천 콘텐츠를 시청하는 학생 중 38.6%가 자신의 식습관에 영향을 받았다는 조사도 있다.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의 분비를 증가시켜 음식 섭취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청소년의 슬롯사이트 추천 시청 시간이나 내용을 제한하거나 슬롯사이트 추천에 특화된 영양교육을 하는 등 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식습관과 균형 잡힌 식이가 중요하며, 슬롯사이트 추천에서 보여지는 음식 소비를 모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슬롯사이트 추천 콘텐츠 제작자들은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식습관을 장려하고 적절한 음식 소비를 촉구할 수 있는 책임이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