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통치한 리콴유 가문 시대 막내려…싱가포르 가상 바카라 교체

'국부' 리콴유 초대 가상 바카라 31년·아들 리셴룽은 20년 가상 바카라 집권
50대 로런스 웡, 고촉통 이어 두번째 타 가문 출신 가상 바카라 취임 예정
사진=AFP
싱가포르 가상 바카라 자리를 50년 넘게 역임한 '리콴유 가문 시대'가 막을 내릴 예정이다. 2004년 8월 가상 바카라에 선임된 리셴룽(72) 가상 바카라가 다음 달 20년 만에 사임한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리셴룽 가상 바카라는 다음 달 15일 가상 바카라 자리에서 물러난 뒤 후계자인 로런스 웡 부가상 바카라를 선임할 방침이다.리셴룽 가상 바카라는 이날 성명을 통해 "5월 15일 가상 바카라직에서 사임하고 로런스 웡 부가상 바카라가 차기 가상 바카라로 취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로런스 웡 부가상 바카라는 다음 달 15일 오후 8시 취임 선서를 하고 1965년 독립 이후 네 번째 싱가포르 가상 바카라가 된다.

싱가포르 국부로 불리는 고(故) 리콴유 초대 가상 바카라는 1959년 6월부터 1990년 11월까지 31년간 장기 집권했다. 리콴유·리셴룽 부자가 가상 바카라 자리에 있던 기간이 약 51년에 달한다. 사실상 한 가문이 싱가포르 현대사 전체를 통치한 셈이다.

리셴룽 가상 바카라도 고촉통 2대 가상 바카라 내각에서도 부가상 바카라 등 고위직을 지내며 국정에 참여했다. 리 가상 바카라는 70세가 되는 2022년 전에는 물러나겠다고 과거 여러 차례 밝혔지만, 코로나19 사태 등을 이유로 퇴임을 미뤄왔다.리 가상 바카라는 지난해 11월 70세 생일 전에 물러나려던 계획은 지키지 못했다며 "모든 일이 잘 풀리면 인민행동당(PAP)의 '70번째 생일' 전에는 권력을 넘길 것"이라고 언급했다. PAP의 70번째 생일은 올해 11월 21일 창당 70주년을 뜻한다.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 이후 줄곧 현 여당인 PAP이 집권하고 있다. 가상 바카라는 사실상 PAP 지도부가 결정한다.

리 가상 바카라는 2018년 PAP 내 '4세대' 정치인을 대거 내각에 배치하고 후계자 선발에 나섰다. 이 중 차기 가상 바카라로 유력했던 헹 스위 킷 부가상 바카라가 2021년 가상 바카라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후계 구도에서 이탈했다. 이후 웡 당시 재무장관, 웡 찬춘싱 교육부장관, 옹예쿵 보건부장관, 데스먼드 리 국가개발부 장관이 후보로 남았고, 웡이 차기 가상 바카라로 낙점됐다.

웡 장관은 코로나19 사태로 구성된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에서 맡은 공동의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재무장관으로서도 리더십을 발휘했으며, 의회와 국민을 상대로 소통 능력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일각에서는 후임 가상 바카라 자리를 두고 리콴유 가문 '3대 세습설'이 확산하기도 했다. 선친 유언 등을 둘러싸고 리셴룽 가상 바카라의 남동생 리셴양, 여동생인 리웨이링은 리 가상 바카라가 '왕조 정치'를 꿈꾸며 아들 리홍이에게 권좌를 넘겨주려 한다고 주장했다. 형제간 갈등 속에 일단 차기 가상 바카라는 두 번째로 비(非) 리콴유 가문 출신으로 확정됐다.

싱가포르 선거에서는 여당 승리가 당연시되지만, 2020년 총선에서 PAP이 93석 중 83석을 얻자 사실상 패배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적 변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웡 차기 가상 바카라가 국민적인 지지를 받을지도 관건이다. 여권은 최근 교통부 장관이 부패 혐의로 체포되는 등 부패 스캔들로도 비판받았다.

충자이안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웡은 아직 그의 정치적 비전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가상 바카라가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과거에는 판을 흔들지 않는 지도자가 환영받았을 수 있으나 오늘날 같은 불안정한 시대에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