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데님 슬롯 머신 일러스트를 파란색으로 염색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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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입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을 만들다[책마을] "약탈적이고 부도덕한 우리 카지노
정연이 지음 / 에코리브르
288쪽|1만9500원
패션 디자이너 출신으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옷을 입다 패션을 만들다 저자 정연이는 수업 시간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 청슬롯 머신 일러스트가 광부의 작업복으로 사용된 데님 원단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것을 왜 파란색 염료로 물들였는지는 굳이 궁금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이 책은 청슬롯 머신 일러스트를 비롯해 줄무늬 티셔츠, 검은색 미니드레스, 밀리터리룩 등 일상적으로 자리잡은 패션의 역사에 대해 저자가 공부한 결과물이다. 청슬롯 머신 일러스트의 ‘블루’가 인기를 끈 건 1774년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출간되고부터다. 소설이 흥행하자 베르테르가 입은 것으로 묘사된 파란색 프록코트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유행했다. 여성들은 베르테르가 사랑한 샤를로테처럼 파랑과 하양이 섞인 드레스를 입었다. 여기에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파란색은 자유라는 상징을 획득했다. 청색은 곧 시민들이 사랑하는 색깔이 됐다.
파란색은 긍정적인 상징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실용적으로도 청슬롯 머신 일러스트에 적합한 색이다. 데님 원단은 너무 두꺼워 완벽하게 염색하기가 어렵고, 따라서 입을수록 색이 바래는 현상이 발생했다. 물 빠진 파란색은 자연스럽고 검소한 이미지를 준다. 청슬롯 머신 일러스트는 그렇게 노동자를 대변하는 패션이 됐고, 이어 제임스 딘 등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을 통해 젊음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