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꽁 머니 재활용 성공…삼성, 또 최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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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량 수입' 슬롯 꽁 머니공정 핵심소재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재활용 슬롯 꽁 머니’를 반도체 공정에 투입한다. 슬롯 꽁 머니는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위에 빛을 활용해 회로를 새기는 ‘포토 공정’의 핵심 소재다.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격이 40배 넘게 폭등하면서 반도체 공급망 불안의 주범으로 꼽혔던 바로 그 품목이다. 삼성전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슬롯 꽁 머니를 재활용함으로써 희귀 소재 조달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게 됐다.
내년부터 재활용…의존도 낮춰
탄소배출도 90% 넘게 줄어들어
공급망 안정·ESG '두 토끼' 잡아
○세계적인 슬롯 꽁 머니 생산 공정 혁신
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내년부터 재활용 슬롯 꽁 머니를 반도체 공정에 투입하기로 했다. 최근 재활용 슬롯 꽁 머니를 양산라인에 투입해도 반도체 성능에 문제가 없다는 테스트 결과를 얻었다.슬롯 꽁 머니는 반도체 8대 공정 중 하나인 포토 공정에 활용되는 레이저(빛)를 생성하는 데 사용된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메모리 반도체 구분 없이 활용된다. 반도체 산업의 대표적인 희귀 소재 중 하나다. 린네 등 글로벌 가스·화학 기업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등에서 원료인 네온을 확보해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슬롯 꽁 머니를 전량 수입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슬롯 꽁 머니 수입량은 10만2782L, 수입액은 1675만달러(약 223억원) 규모다.삼성전자가 슬롯 꽁 머니 재활용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2022년부터다. 주요 네온 생산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휘말린 탓이다. 가격도 크게 올랐다. 2021년 L당 59달러였던 슬롯 꽁 머니 수입 가격은 전쟁이 터진 2022년 1613달러로 폭등했다.
○수요 75%, 재활용으로 충당
삼성전자는 재활용 연구 과정에서 국내 소재 협력사 A사와 손잡았다. 공정에서 사용된 슬롯 꽁 머니를 포집하는 기술은 삼성전자가 맡고, A사는 순도를 높이는 정제 과정을 거쳐 다시 삼성전자에 공급하기로 한 것.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필요한 슬롯 꽁 머니의 75%를 재활용해 충당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삼성전자는 매년 수만L에 달하는 슬롯 꽁 머니 수입량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진다는 것도 재활용의 긍정적인 포인트로 평가된다.산업계 관계자는 “슬롯 꽁 머니는 전량 수입해야 하는 탓에 국내 반도체 공급망에 언제든 타격을 줄 수 있는 대표적인 소재로 꼽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 슬롯 꽁 머니에 이어 다른 핵심 소재를 재활용하는 연구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재활용을 통해 슬롯 꽁 머니 순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최대 92% 줄일 수 있다”며 “개발 과정에서 국내 소재 업체와 협력했다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단단하게 만든 효과도 있다”고 평가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