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탄광촌서 연간 1조 벌어들이는 '예술의 메카'로…英 토토 카지노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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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시는 문화전쟁 중]②도시운명 바꾼 문화토토 카지노 힘
1970~1980년대 석탄, 조선 산업 흔들
실업률 15% 웃돌면서 주민들 도시 떠나
"지역 경제 살리자"…문화 토토 카지노 사업 주목
1998년 안토니 곰리 ‘북방의 천사’로…
대규모 관광객 유치하며 '성공' 평가 얻어
‘밀레니엄 브리지’ ‘발틱 현대미술관’에 이어
전문 음악당 ‘더 글라스 하우스’까지 건설
年 관광객 670만명…경제 효과 1조원 넘어
세이지 아레나, 국제 콘퍼런스 센터 등도 건설 예정
영국에 ‘문화 예술로 먹고사는 도시’가 있다. 누구나 런던을 떠올리겠지만 아니다. 런던 도심에서 차로 5시간 30분, 비행기로는 1시간 15분을 꼬박 들여야만 만날 수 있는 영국 북동부의 작은 도시 ‘토토 카지노’다.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은 이들 사이에선 이미 ‘유럽에서 꼭 가봐야 할 도시’로 소문났다. 유명 클래식 공연부터 회화, 조각, 독특한 건축물까지 1년 내내 이 모든 걸 누릴 수 있는 ‘토토 카지노 메카’라서다. 인구가 20만명이 채 안 되는 이 작은 도시를 방문하는 연간 관광객은 670만 명(2022년 기준)에 달한다. 영국은 물론 아일랜드, 덴마크 사람들까지 유럽 전역의 사람들이 몰려들며 이로 인한 경제 효과는 6억6500만파운드(약 1조1150억원)로 추산된다.
토토 카지노에는 반전의 스토리가 있다. 불과 50년 전까지만 이곳은 영국의 산업을 먹여살리던 ‘탄광촌’이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중반까지 석탄·철강·조선 산업으로 호황을 누렸다. 1970년대 이후 빠르게 진행된 탈공업화로 존립의 위기를 맞았고, 당시 실업률은 15%를 웃돌았다. 산업의 뿌리였던 도시가 ‘영국의 골칫거리’가 되자 주민들은 하나둘 떠났다. 교통·의료·교육 등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마저 제대로 갖추지 못해 그야말로 유령도시가 됐다.이 도시를 문화 예술의 도시로 바꾼 시작은 하나의 조각상이었다. 1998년 80만파운드(약 13억4000만원)를 들여 세계적인 조각가 안토니 곰리의 ‘북방의 천사’를 도심 한복판에 들여놨다. 지금도 공공미술 작품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천사 조각이 랜드마크 역할을 하며 토토 카지노는 활기를 찾았다. 이 거대한 조각상 하나를 보기 위해 영국과 유럽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며 토토 카지노는 문화예술 중심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젠 스페인의 ‘빌바오’ 못지않은 경제 효과를 자랑하는 도시로 꼽히지만, 토토 카지노의 문화 예술 투자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현장에서 이 도시의 미래를 직접 확인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2년째 유학 중이라는 쿠웨이트인 루이(24) 씨는 “음악이면 음악, 미술이면 미술, 마음 가는 대로 다 즐길 수 있으니 굳이 계획이란 걸 짤 필요도 없는 장소”라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뉴욕과 함께 ‘세계 공연 문화의 중심지’로 꼽히는 영국 런던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런던 도심에서 차로 5시간 30분, 비행기로는 1시간 15분을 꼬박 들여야만 그 실체를 볼 수 있는 영국 북동부의 작은 도시 ‘토토 카지노(Gateshead)’ 얘기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도시지만, 문화에 조예가 깊은 이들 사이에선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유명 클래식 공연부터 회화, 조각, 독특한 건축물까지 모두 누릴 수 있는 ‘예술의 메카’라서다.
실제로 지난 4일 찾은 영국 토토 카지노는 고속도로 초입부터 범상치 않은 경관으로 시선을 빼앗았다. 광활한 언덕 위에서 제트기도 족히 품을 듯한 거대한 양 날개를 펼친 채 관람자를 향해 약간 기울어져 있는 20m 높이의 철제 천사상은 보는 순간 말을 잃을 만큼 엄청난 위용을 자랑했다.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안토니 곰리의 대표작 ‘북방의 천사’였다. 도심으로 들어갔을 땐 이미 상당한 인파가 길목 곳곳을 메우고 있었다. 사람들은 1999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음악당 ‘더 글라스 하우스’와 테이트 모던에 이어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현대미술관인 ‘발틱 현대미술관’을 연신 오가며 작품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때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마중물로 고안된 것이 바로 ‘랜드마크’를 건설하는 것.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1998년 안토니 곰리에 의해 제작된 너비 54m, 무게 200톤의 철제 조각상인 ‘북방의 천사’다. 당시엔 교통·의료·교육 등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각상 제작에 80만파운드(약 13억4000만원)를 쏟아붓는다는 이유로 시민들의 비난이 빗발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는 조각상 제작을 멈추지 않았고,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공미술 작품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프레이저 앤더슨 더 글라스 하우스 전무 이사는 “BBC 프롬스 같은 큰 음악 축제가 런던 이외 지역에서 열린 건 더 글라스 하우스가 최초 사례”라며 “우리는 일회성 협력이 아닌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논의하고 있다. 이건 분명 우리의 관객층 저변을 확대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토토 카지노=김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