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매출 1兆 남양유업, 배당 고작 8억…'온라인 슬롯 푸대접'에 발목잡힌 증시

탈출! 코리아 디스카운트
(4) 시장과 소통해야 온라인 슬롯 밸류업

현금 쌓아놓고 온라인 슬롯환원 인색
코스닥 5곳 중 1곳만 온라인 슬롯
외국선 IR 비중 40% 웃돌아

네이버, 주식 담당자 통화 불가
일반 공모·유증때만 IR 개최도

에코프로는 주가 급등 전부터
분기별로 온라인 슬롯와 소통 눈길
남양유업은 적자가 난 2020~2022년을 제외하면 최근 20년 동안 연평균 200억~3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이 회사가 주주들에게 배당한 금액은 연간 8억원 남짓이었다. 배당수익률은 0.1%에 못 미쳤다. 매년 하는 설비투자를 제외하면 신규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것도 아니다. 지난달 24일엔 한화투자증권이 이 회사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내 화제가 됐다. 이 회사가 온라인 슬롯와 애널리스트 탐방 등을 허용하지 않다 보니 2017년 이후 보고서가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네이버는 실적, 온라인 슬롯 개최 등을 공시할 때 기업설명(IR)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 등을 기재하지 않는다. 실적 공시에는 네이버 대표번호를 기재하는데 이 번호로 전화해 IR 담당자를 바꿔 달라고 해도 통화는 할 수 없다. 한 전문가는 “네이버가 2022년 미국의 중고품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를 인수할 때 포시마크 공시에 네이버 IR 담당자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가 기재돼 있었다”며 “국내 기업이 투자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IR 하는 회사, 4분의 1 미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온라인 슬롯 중에는 꼬박꼬박 현금을 벌어들이는 ‘현금 부자’ 온라인 슬롯이거나 특정 분야의 독점적 지배력을 갖춘 온라인 슬롯인데도 주주와의 소통에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렇게 장기간 이어진 일부 온라인 슬롯의 ‘주주 푸대접’ 관행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의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슬롯의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인 연간 실적 공시 후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거나 증권사 애널리스트 및 언론 취재 요청, 주주의 IR 개최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는 온라인 슬롯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슬롯공개(IPO)를 해 일단 주주의 돈을 끌어모은 뒤에는 주가 관리를 하지 않아도 회사 운영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다는 속내에서다.

상장 기업의 온라인 슬롯 개최 건수에서도 이런 관행이 잘 나타난다. 해외 주요 증시의 온라인 슬롯 개최 비중은 통상 30~40%를 웃돈다. 하지만 우리 증시에선 지난해 상장사 전체의 23.5%만 관련 행사를 열었다. 이마저도 2019년 24.5%에서 떨어진 것이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에서 IR 개최 비중이 이 기간 25.4%에서 20.4%로 하락한 영향이다.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실적 발표를 하며 투자자를 위해 다음 분기 가이던스(온라인 슬롯 자체 전망치)를 함께 제시하는 온라인 슬롯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하는 온라인 슬롯이 몇 군데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비공개 IR 미팅에서 중요한 내용을 풀면서 이 내용을 공정 공시하지 않는 온라인 슬롯도 많다”고 귀띔했다.

증자할 때만 온라인 슬롯 찾는다는 지적도

시가총액 상위권 온라인 슬롯도 투자자에게 소홀하기는 마찬가지다. 반도체 장비주 HPSP(코스닥시장 시총 6위), 엔켐(7위), 이오테크닉스(12위) 등은 2018년 이후 IR 행사를 한 적이 없다. 바이오온라인 슬롯 헬릭스미스는 일반공모 증자를 한 2021년까지는 1년에도 여러 차례 IR 행사를 했지만 지난해에는 한 차례도 관련 행사를 열지 않았다.

이런 사례는 최근 주가가 급등한 에코프로와 대비된다. 에코프로는 지난해 주가가 급등하기 전에도 매 분기 한 차례 이상씩 주주 대상 온라인 슬롯를 열었다. 김성홍 에코프로 전무는 “회사가 자본시장에서 수천억원을 조달해 그 돈을 기반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고 했다.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투자자를 위한 정기 설명회와 분기별 실적에 대한 설명 자료 배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