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띄우겠다는 저슬롯 꽁 머니株 봤더니

슬롯 꽁 머니 낮은 기업
금융위, 저평가 해소 추진

이마트·롯데쇼핑·현대百 관심
금융당국이 국내 상장사의 낮은 주가순자산비율(슬롯 꽁 머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예고하면서 ‘저슬롯 꽁 머니’ 종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슬롯 꽁 머니이 낮은 기업은 기업 가치를 어떻게 높일지 공시하게 유도하는 제도를 운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슬롯 꽁 머니은 현재 주가를 주당 순자산 가치로 나눈 개념으로, 1배를 밑돌면 기업의 자산 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낮다는 뜻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종목 2538개 중 슬롯 꽁 머니이 장부상 가치(1배)에 미치지 못하는 종목은 1111개다. 전체 상장사 43.7%의 현재 주가가 청산 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는 한국 주식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종목별 슬롯 꽁 머니을 살펴보면 전체 업종 중 유통업의 슬롯 꽁 머니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마트의 12개월 선행 슬롯 꽁 머니은 0.17배로 전체 상장사 중 가장 낮았다.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 슬롯 꽁 머니도 각각 0.20배, 0.22배로 낮았다. 한국가스공사(0.19배), HL D&I(0.20배), 현대제철(0.22배) 등도 저슬롯 꽁 머니 종목으로 꼽혔다.

증권가에선 저슬롯 꽁 머니 기업에 대한 주주 가치 제고 정책이 시행될 경우 단기적 주가 부양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저슬롯 꽁 머니 업종은 대부분 내수주나 성숙기 단계에 진입한 산업으로 주가가 오를 만한 호재가 많지 않다”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이나 자사주 소각 등을 추진한다면 주가가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정부 개입이 시장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낮은 슬롯 꽁 머니 기업은 주가 부양을 위한 단기 정책보다는 업종 전환 등 중장기적 경영 판단이 기업 가치를 올리는 중요한 요소”라며 “주가 압박이 기업 영속성을 떨어트리는 규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