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큰손'은 20·30 아닌 슬롯 꽁 머니

연령대별 매출 비중 1위

CU서 28.4%…30대 첫 추월
코로나 이후 마트 수요 일부 이동
술·신선식품 등 상품전략도 영향
GS25선 30대와 매출 격차 커져
편의점의 주 소비층이 20, 30대에서 슬롯 꽁 머니로 옮겨가고 있다. 슬롯 꽁 머니는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양대 편의점에서 연령대별 매출 비중 1위에 올랐다. 주 소비층 연령대가 높아지며 편의점업계의 상품기획(MD)과 영업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슬롯 꽁 머니=1020 세상’은 옛말

9일 BGF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CU의 전체 매출에서 슬롯 꽁 머니가 차지하는 비중은 28.4%로 30대(28.2%)와 20대(25.4%)를 넘어섰다. 이 편의점에서 슬롯 꽁 머니가 연령대별 매출 비중 1위를 기록한 건 작년이 처음이다. 2022년엔 △30대(28.6%) △슬롯 꽁 머니(26.4%) △20대(25.8%), 2021년엔 △20대(33.6%) △30대(31.5%) △슬롯 꽁 머니(21.1%) 순이었다.줄곧 ‘연령대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던 20대가 불과 2년 만에 3위로 떨어졌다. 전체 매출에서 슬롯 꽁 머니가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전인 2018년과 비교해 6.6%포인트 늘어난 데 비해 같은 기간 20대 비중은 9.6%포인트 급감했다.
경쟁업체 GS25에선 변화의 조짐이 보다 일찍 나타났다. 지난해 GS25 전체 매출에서 슬롯 꽁 머니의 구성비는 29.7%로 30대(25.4%), 1020세대(24.7%)보다 컸다. GS25에선 2021년 연령대별 매출에서 슬롯 꽁 머니가 처음으로 1위에 올랐는데, 2위 세대와의 격차는 2021년 1.2%포인트, 2022년 3.4%포인트, 2023년 4.3%포인트로 계속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겪으며 슬롯 꽁 머니 비중 늘어

이 같은 변화는 단순 인구 구성비 때문만은 아니다.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인구에서 슬롯 꽁 머니의 구성비는 15.4%로 2018년(16.4%)과 비교해 1%포인트 줄었다. 비율 변화는 같은 기간 20대(13.2%→12.1%), 30대(14.0%→12.8%)와 큰 차이가 없었다.그보다는 편의점이 대형마트로 향하던 슬롯 꽁 머니 수요를 일부 흡수한 게 더 큰 원인이었다. 가족형 소비를 하는 슬롯 꽁 머니는 코로나19 이전 대형마트의 주 소비층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e커머스가 대형마트 자리를 대체했다. 대신 온라인으로 살 수 없는 주류와 소량의 제품을 손쉽게 살 때는 가까운 편의점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최근 편의점업계가 주류와 신선식품 제품군을 대폭 늘린 것도 이 같은 흐름을 가속화했다. 여기에 슬롯 꽁 머니는 2030에 비해 구매력이 커 1인당 평균 구매 단가도 상대적으로 높다. 대표적인 게 고가 위스키다. CU의 위스키 매출에서 슬롯 꽁 머니가 차지하는 비중은 30.6%로 전 연령대 중 가장 컸는데, 이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고가인 고연산 위스키 매출에서의 비중은 35.4%나 됐다.

편의점업계는 슬롯 꽁 머니를 겨냥한 상품 개발 및 마케팅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연령대별 선호 상품군의 제품을 늘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형준 BGF리테일 빅데이터팀장은 “슬롯 꽁 머니의 생애주기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상품과 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