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맨? 실용주의자?…슬롯사이트 보스 '트럼프 코스튬' 벗자 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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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폐쇄 등 급진 공약 줄줄이 보류
지출 삭감 등 주류 슬롯사이트 보스학 기반 정책 쏟아내
FT "상반된 모습에 아르헨 국민들 갈팡질팡"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로 불렸지만, 취임 직후 주류 경제학에 걸맞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하비에르 슬롯사이트 보스 대통령(사진)의 행보에 혼란이 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지난 10일 정식 취임한 슬롯사이트 보스 대통령은 △중앙은행 폐쇄 △법정통화로 달러화 채택 △장기 매매 합법화 △중국‧브라질 등 최대 교역국과의 관계 단절 등 대선 후보 시절 밀었던 급진적 공약을 대거 보류했다. 대신 △공공 지출 삭감 △중앙 부처 축소 △페소화 54% 평가절하 △보조금 삭감 △일부 세금 인상 등 대대적인 개혁 조치를 내놨다. 경제부 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자리에도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온건파를 앉혔다.
최대 경제국 미국과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형성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여당 계열) 성향의 아르헨티나 전 정권이 중국에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던 탓에 슬롯사이트 보스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민주당은 슬롯사이트 보스 대통령이 지난달 말 당선인 신분으로 방미했을 당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안 곤잘레스 남미 담당 보좌관 등 현직 관료들뿐 아니라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의 만남도 주선했다. 한 소식통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슬롯사이트 보스 대통령의 청사진을 감명 깊게 들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슬롯사이트 보스 대통령의 ‘변신’은 아르헨티나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르헨티나의 물가 상승률은 연 150%를 웃돌고 있으며 IMF에 진 빚만 430억달러(약 56조원)에 이른다. 개인적 철학을 내세우기 보다는 경제 회생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이대로라면 연간 1만5000%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을 겪을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정치 기반이 거의 없다시피 해 내각 불안정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부 등을 제외한 주요 정부 부처 여러 곳의 수장직은 여전히 비어 있는 상태다. “2017년 사망한 반려견 ‘코난’을 복제한 개 네 마리를 제외하면 슬롯사이트 보스의 측근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좌파 성향 싱크탱크 셀라그의 알프레도 세라노 대표는 “슬롯사이트 보스 정권하에서 아르헨티나는 페루나 콜롬비아에 버금가는, 더욱 불평등한 사회에 진입할 수 있다”며 “슬롯사이트 보스에 대한 지지는 아주 일시적인 것이며, 변덕스러운 유권자들이 인내심을 잃게 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짚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