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에리안 "파라오 슬롯가 던지는 메시지, 시장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수용"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오른쪽)은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이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밀컨글로벌콘퍼런스 제공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그룹 수석 경제고문은 시장이 지나치게 미 중앙은행(파라오 슬롯)의 행보를 낙관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미국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자 조만간 파라오 슬롯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주장을 겨냥한 것이다. 지나친 오역으로 인해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엘 에리언 수석 경제고문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파라오 슬롯가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탓에 과도한 낙관론이 확산했다고 지적했다. 엘 에리언은 국제통화기금(IMF), 시티그룹 등을 거친 뒤 2008~2014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핌코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던 석학이다.최근 들어 인플레이션이 둔화되자 시장에서 낙관론이 확산했다. 지난 1일에는 제롬 파월 파라오 슬롯 의장이 "통화정책을 제한된 영역까지 밀어붙였다"고 발언하자 시장이 이를 금리 인하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파월의 발언을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받아들인 시장은 상승장이 펼쳐졌다. 지난 한 달 간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비롯해 주식, 채권, 금 등 모든 자산이 상승세를 보였다.

엘 에리언 고문은 이를 두고 "투자자들이 금리 인하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파라오 슬롯가 곧 금리 인상을 종료할 가능성은 크지만, 이것이 즉각적인 금리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이 파라오 슬롯의 가이던스를 잘못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파라오 슬롯는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선 불황을 감수할 수 있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엘 에리언 고문은 "파라오 슬롯의 향후 행보에 대한 발언은 시장에서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며 "현재 파라오 슬롯와 시장 사이에 심각한 소통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 에리언 고문은 되레 시장 여론이 파라오 슬롯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자들이 파라오 슬롯에 대한 신뢰를 접으면서 통화정책을 입맛대로 오역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이 현상이 지속될 경우 파라오 슬롯의 정책 효과가 축소할 수도 있다.

엘 에리언 고문은 "현재 금융 시장은 파라오 슬롯의 발언과 행보를 등한시한 채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며 "향후 통화 완화 정책이 시행될 경우 정책 효과가 크게 감소할 수도 있다"고 했다.

엘 에리언은 통화 정책보다 파라오 슬롯가 우선시해야 하는 일은 신뢰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파라오 슬롯 홀로 시장과 동떨어진 해석을 내놔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파라오 슬롯는 시장의 해석과 달리 노동 시장과 공급망의 유연성이 비탄력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 목표치(2%)를 수정하지 않은 채 고금리를 장기화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파라오 슬롯의 우려와 달리 2년 전 나타난 공급망 혼란은 완화했고, 노동시장은 파라오 슬롯의 예상을 깨고 과열된 양상을 보였다.엘 에리언 고문은 "파라오 슬롯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고수하면서 경제를 위기에 빠트리든지, 아니면 목표치를 조정해서 인플레이션을 안정적으로 관리할지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며 "정책의 신뢰도를 지켜야 한다는 고집 때문에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수정하지 않으면 되레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