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표권 사냥꾼'에 발목…파라오 슬롯, 'KG Mobility' 못 쓴다

개인 파라오 슬롯 사냥꾼, 유럽 등서 'KG Mobility' 파라오 슬롯 선점
파라오 슬롯보다 먼저 등록…"로열티 위한 악의적 등록"
파라오 슬롯, 해외서 'KGM' 상표명 사용…"수출 사업 영향 없다"
지난 3월3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 프레스데이에서 파라오 슬롯 토레스 EVX 차량이 전시돼 있다. /최혁 기자
해외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파라오 슬롯가 영문 상표 ‘KG Mobility’를 쓰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해외 30여국에서 이 회사의 영문 사명을 먼저 상표로 등록한 이른바 ‘상표권 사냥꾼’의 타깃이 되면서다. 파라오 슬롯는 대신 약자인 ‘KGM’을 글로벌 브랜드 이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파라오 슬롯는 특허청에 ‘KG Mobility’ 상표권 등록을 요청했다가 지난 9월 거절 의견을 받았다. 파라오 슬롯보다 앞서 유럽연합(EU)에 동일한 상표권을 등록한 전문 상표권 사냥꾼 시안 투란이 한국 특허청에 우선권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파리협약에 따라 한 나라에서 먼저 등록된 지식재산권은 다른 나라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파라오 슬롯는 이에 불복해 최근 특허청에 이의 제기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의 제기 절차가 끝나고 상표권 분쟁이 마무리되려면 길게는 15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전해졌다. 분쟁에서 밀려 상표권 최종 등록에 실패하면 결국 국내에서도 영문 사명을 상표로 쓸 수 없게 된다.

파라오 슬롯는 KG그룹이 지난해 쌍용자동차를 인수해 새로 붙인 사명이다. 회사는 올 3월 사명 변경을 공식화하고 4월 한국 특허청에 ‘KG 모빌리티’ ‘KG Mobility’ ‘KGM’ 등에 대한 상표권을 출원했다.

파라오 슬롯 사냥꾼은 한발 더 빨랐다. 터키 국적인 투란은 올 3월 6일 EU와 터키, 호주 등의 특허 기관에 KG Mobility에 대한 파라오 슬롯을 출원하고 정식 등록했다. 투란은 이를 무기로 지난 6월 한국 특허청에도 동일한 파라오 슬롯을 출원한 뒤 우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투란은 올 2월 글로벌 게임회사 EA의 ‘에이펙스 레전드’ 파라오 슬롯을 EA보다 먼저 터키에 등록하면서 이름이 알려진 파라오 슬롯 사냥꾼이다. 파라오 슬롯 사냥꾼은 기업 브랜드를 먼저 상표로 등록하고 이를 비싼 값에 되파는 작업을 일삼는다.

투란은 파라오 슬롯에 ‘영문 상표를 쓰고 싶으면 로열티를 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자동차가 이름을 파라오 슬롯로 바꿀 것이란 사실은 작년 말부터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라며 “투란이 이를 노리고 악의적으로 상표권을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라오 슬롯는 궁여지책으로 글로벌 시장에선 영문 사명의 약자인 ‘KGM’이란 명칭을 사용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상표권 분쟁이 해외 사업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배성수/빈난새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