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가세…후끈 달아오른 슬롯 머신 마케팅戰

현대차·기아, VR·AI 기술에
중고전기차 인증도 첫 시행

케이카·리본카 등 기존 업체
책임환불제·웃돈매입 맞불

“KB는 차를 만들지 않습니다. 슬롯 머신 속 숫자들의 가치만 냉정하게 평가합니다.”

KB금융그룹의 슬롯 머신 거래 플랫폼 KB차차차는 최근 배우 김고은 씨를 모델로 기용해 자체 진단 슬롯 머신의 품질을 강조하는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차를 직접 만들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객관적으로 슬롯 머신를 검증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국내 최초 ‘제조사 인증슬롯 머신’ 판매로 슬롯 머신 사업에 뛰어든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겨냥한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 등 ‘초대형 메기’의 등장으로 국내 슬롯 머신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신차급 매물과 완성차업체만이 보유한 데이터,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같은 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슬롯 머신 사업에 뛰어들었다. 제조사만이 알 수 있는 옵션별 시세와 국내 최초 인증 중고 전기차 등을 무기로 앞세웠다.

기존 슬롯 머신업체의 방어전도 만만찮다. 직영 슬롯 머신업체 리본카는 업계 최초로 라이브커머스 전용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온라인으로 슬롯 머신 판매에 나섰다. 올 6월부터는 일대일 맞춤형 라이브 상담 서비스도 선보였다. 소비자가 마음에 드는 슬롯 머신를 골라 상담을 신청하면 원하는 시간에 전문 매니저와 실시간 소통하며 영상을 통해 차량 안팎을 살펴볼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슬롯 머신업계의 고질적인 허위 매물 문제를 원천 차단했다”고 강조했다.국내 최대 직영 슬롯 머신 플랫폼 케이카는 업계 최초로 도입한 책임환불제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슬롯 머신를 구매한 뒤 사흘간 타보고 마음에 안 들면 위약금 없이 100% 환불해주는 정책이다. 현대차가 슬롯 머신 사업 개시를 선언한 지난달 19일부터 한 달간 환불 기간을 사흘에서 1주일로 늘리기도 했다. 배우 이정재 씨와 함께 이 환불 제도를 강조하는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우량 매물 매입을 위한 경쟁도 뜨겁다. 리본카는 자신이 타던 슬롯 머신를 팔고 싶은 소비자가 다른 업체에서 견적을 받고 리본카에서 팔면 최대 30만원을 더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주요 업체의 견적을 첨부하면 그 견적보다 20만원을 얹어주고, 당일 판매하면 10만원을 더 준다.

슬롯 머신 매매 중개 플랫폼 헤이딜러는 자동차를 팔 때 소비자가 사진만 찍어 올리면 여러 딜러로부터 매입 견적을 받고 최고가를 선택하는 ‘역경매’ 방식을 도입해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감독 박찬욱 씨가 연출하고 배우 한소희 씨가 등장해 한 편의 영화를 연상시키는 광고 캠페인을 잇달아 선보이며 인지도를 크게 끌어올렸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