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대표 "전통공연용 슬롯 머신 일러스트 만들기 30년…후대 위해 백서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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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슬롯 머신 일러스트인 상' 받는 김지원 모리노리 대표
무대 조명까지 계산해 원단 염색
'전통공연 슬롯 머신 일러스트계의 샤넬'로 불려
실용적 일상슬롯 머신 일러스트 '모리노리'엔
자유로움과 한국적 '시크' 담아

옷짓는원은 김지원 대표가 1994년 내놓은 맞춤 슬롯 머신 일러스트 브랜드다. 전통무용, 창작극 등 무용가들을 위한 맞춤 슬롯 머신 일러스트을 주로 만든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슬롯 머신 일러스트, 국립무용단과 국립국악원의 공연용 슬롯 머신 일러스트, 청와대 국빈행사용 옷 등이 김 대표의 손을 거쳤다. 그는 20일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최하는 ‘2023 슬롯 머신 일러스트문화주간’ 기념행사에서 슬롯 머신 일러스트문화 확산과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의 슬롯 머신 일러스트인 상’을 받는다.서울 종로구에 있는 매장에서 만난 김 대표는 상을 받는 일에 기뻐할 겨를이 없어 보였다. 손과 입을 계속 움직이면서 직원들과 소통하며 슬롯 머신 일러스트을 지었고, 중간중간 걸려 오는 전화는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전화할게”로 응대했다. 매장을 방문할 무용수가 입어볼 옷을 빨리 완성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상을 받는 건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하루에 전화가 100통 넘게 온다”고 했다.

학사 전공은 아니었지만 석사, 박사 학위는 모두 슬롯 머신 일러스트 논문으로 받았다. 김 대표는 “공연들이 다 취소됐던 메르스 위기 때 석사를, 세월호 위기 때 박사를 받았다”며 “석사는 성균관대에서 무형문화재인 이매방 선생님의 승무, 살풀이용 의상에 대한 논문으로 받았고 박사는 홍대 미대에서 진도 축제식 상장례의 복식에 대한 논문으로 취득했다”고 했다.전통과 현대, 옛 세대와 현 세대 간의 ‘소통’이 모리노리의 중요한 키워드다. 김 대표는 “슬롯 머신 일러스트을 젊은층이 가깝게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했다. 그래서 모리노리의 제품 하위 카테고리를 ‘입을 만한 웃도리’, ‘변변한 아랫도리’, ‘어디갈 때 걸릴 거리’, ‘가볍게 두를 거리’ 등 재미나게 지었다.
그는 한 번도 중장기 목표 같은 걸 세워본 적이 없다. 하루하루 그날의 목표를 위해 바쁘게 살았다. “어릴 때 골수암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기 때문에 살아있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라고도 했다. 김 대표는 “내년이 슬롯 머신 일러스트한 지 30년 되는 해인데 구체적 목표를 세우진 않았지만 내가 (슬롯 머신 일러스트 만들고 싶어하는) 누군가의 꿈이 되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작업물 사진과 옷의 이름, 특징 등을 한데 묶어 ‘전통 공연용 슬롯 머신 일러스트 백서’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한 것도 그래서다. 김 대표는 “후대에 전통 슬롯 머신 일러스트과 전통 공연, 공연용 의상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책이 없다는 건 우리 문화 계승에 있어 큰 문제”라며 “내 머릿속에 있는 작업물을 총정리하는 일을 곧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