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철학하는 추상슬롯 꽁 머니가 나점수 "이것은 하나의 고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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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f 2023 하슬롯 꽁 머니이트-더페이지갤러리나점수는 끌이나 톱 등 목수들이 쓰는 도구로 나무에 홈을 파내 조각을 만드는 중견 추상 조각가다. 지난 30년간 탐험과 예술의 여정을 거듭하며 세계 각지에서 인도하는 풍경, 공기, 토양을 감상하고 그 순간들을 창작의 원동력으로 삼아왔다. 얇은 종잇장부터 전시 공간에 자라난 듯한 통나무로 만들어진 슬롯 꽁 머니까지, 그의 추상 조각들은 다양한 양감과 무게감을 갖고 있다.
나점수 "내 슬롯 꽁 머니은 장식이라기보다 묵상이자 고요함"
수평과 수직의 슬롯 꽁 머니 만든 '무명(無名)-정신의 위치'
중앙대 조소과 학부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1998년 청년미술제 본상과 중앙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하며 화려한 경력을 시작했다. 다작(多作)은 아니지만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주로 전시를 열며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이번 전시에 출품할 그의 슬롯 꽁 머니 주제는 '무명(無名)-정신의 위치'. 이를 공간설치 조각이라는 방식으로 표현한다. 그의 설명은 마치 철학자와도 같다. "물질에 기대 형태로 드러난 정신의 상태를 알아차리기 위해 사유를 거듭한다. 이런 사유의 방향성에 함축된 조형성, 즉 수직과 수평, 표면과 깊이, 어둠과 빛, 경계와 사이들이 내 슬롯 꽁 머니이 도달한 정신의 모습이며 위치일 것이다. 수직과 수평을 통해 정신을 표현한다."그의 슬롯 꽁 머니 재료인 나무는 태고적부터 지금에 이르는 오랜 시간을 머금은 존재. 표면과 결, 갈라짐을 살리기 위한 수천번의 톱질과 수만번의 끌질은 그 시간을 드러내고 공명하게 한다.
나 작가는 자신 슬롯 꽁 머니세계의 특징에 대해 "공간과 마음은 형태가 없는데 이를 조각으로 표현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모순"이라며 "관객들이 조각을 바라보며 공간과 마음을 떠올리고 묵상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제 작업은 표현이라기보다 불러냄이고, 장식이나 표출이라기보다 고요함에 가깝습니다." 다시 말해 작가가 표현하고 보여주려 하는 것은, 조각의 모양 그 자체가 아니라 관람객이 조각을 보며 떠올리는 일종의 생각이라는 얘기다.그는 "작가가 살아가는 삶 전체가 슬롯 꽁 머니"이라고 했다. 삶과 세상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슬롯 꽁 머니이며 그게 기록되는 장소가 작업장, 최종적인 결과물은 슬롯 꽁 머니이라는 설명이다.그래서 나 작가는 "그래서 여러 여건 때문에 작업장을 옮길 때마다 어려움과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며 "그럼에도 예술이 나를 부르는 소리에 응답하고자 하는 욕구가 현재를 살고 예술을 계속하게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