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한 달 전 父 "넌 친자식 아냐" 파라오 슬롯…60대 아들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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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아버지, 돌연 파라오 슬롯 후 사망
파라오 슬롯 두고 60대 형제간 분쟁
유전자 검사서는 혈연 성립 안돼
출생 한참 후 파라오 슬롯 유효한지 공방
1심서 진 장남 2심서 뒤집은 뒤 최종 승소
“파라오 슬롯으로 관계 부정할 수 있는 시기 지나”
60대에 휘말린 파라오 슬롯 분쟁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재판장 이동원 대법관)는 한 중소기업 회장인 A씨 등이 형인 B씨가 돌아가신 아버지 C씨의 친파라오 슬롯이 아님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상고를 최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 이유를 살펴봤을 때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관련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이 분쟁은 해당 중소기업의 창업자인 C씨가 2020년 7월 초 “B씨가 친아들이 아님을 인정해달라”는 취지의 친생부인(親生否認) 파라오 슬롯을 내면서 시작됐다. B씨는 부모가 혼인한 지 약 11개월이 지난 1956년 5월에 태어났다. 출생 직후 C씨의 가족관계등록부에도 장남으로 등록돼 60년 넘게 지내왔다. 그런데 80대 아버지와 별안간 친자관계를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이게 된 것이다. C씨가 파라오 슬롯을 제기한 지 한 달여만에 세상을 떠나고 A씨와 여동생 D씨가 원고 지위를 물려받으면서 분쟁이 ‘형제전’으로 바뀌어 진행됐다.파라오 슬롯과정에서 진행한 유전자 검사에선 B씨와 C씨의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기에 이 분쟁의 쟁점은 태어난 지 64년이 지났는데도 법적으로 친자식임을 부인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였다. 민법 제847조 1항은 아버지가 아들이나 딸이 친자식이 아님을 인정받으려는 파라오 슬롯은 이 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안에 제기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B씨는 1심에서 “사실상 아버지와 양친자관계가 성립돼 입양의 효력이 발생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파라오 슬롯을 제기할 수 있는 시기도 지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버지는 (내가 태어났던) 1956년 곧바로 친자식이 아님을 알았거나, 늦어도 2013~2014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C씨가 파라오 슬롯 제기 이전에 B씨가 친아들이 아님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잉태됐을 당시 출장이 잦았다’는 B씨의 주장만으로는 이때 B씨가 친아들이 아니란 사실을 C씨가 알았다고 보긴 어렵다”며 “2013~2014년 유전자 검사를 했다는 주장 또한 어디서 어떻게 했는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혈연 아니나 법적관계 부정하긴 늦었다”
B씨는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에선 새로운 주장을 펼쳤다. 그는 “친생부인 파라오 슬롯과 관련한 민법 조항이 개정되기 전 규정을 적용해 판단해야 한다”며 “옛 민법에선 ‘출생(出生)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안에 친생부인 파라오 슬롯을 제기해야 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이번 파라오 슬롯은 제기할 수 있는 시기가 이미 지났다”고 주장했다.친생부인 파라오 슬롯에 관한 민법 규정은 1997년 한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라 2005년 3월 개정됐다. B씨는 이 민법 개정안 부칙에 ‘법 개정으로 파라오 슬롯 제기가 가능한 기간이 바뀐 경우, 개정안 시행 시점에 종전 규정에 의한 기간(출생사실을 안 지 1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개정 규정을 적용한다’고 적힌 내용을 새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부칙대로라면 C씨는 B씨가 태어난 1956년 이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친생부인 파라오 슬롯을 낼 수 있는 시기가 한참 지난 게 된다.2심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B씨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헌재는 옛 친생부인 파라오 슬롯 규정을 위헌으로 결론 지으면 출생 후 상당기간이 지나 이미 번복할 수 없는 신분관계로 받아들여지던 부자관계도 언제든 다시 따질 수 있게 돼 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고 헌법불합치 판정을 했다”며 “헌재의 이 같은 취지 등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에는 옛 민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에서도 이 같은 판단이 그대로 유지됐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