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 회장 "슬롯사이트 보스는 건강한 중독…사랑 전한 의사로 기억되고 싶다"

올해 호암 봉사상 수상 '슬롯사이트 보스' 이끄는 박용준 회장

26년간 전 세계 재난 현장에
슬롯사이트 보스팀 파견해 난민 등 돕고
코로나 땐 대구에서 맹활약

'모두가 건강한 세상' 꿈꾸며
보건시스템 개선에도 팔 걷어

“귓속에 벌레가 꽉 차서 귀가 들리지 않던 네팔 어린이를 고쳐준 게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렇게 방치된 사람들을 도와주는 데 헌신하겠다고 다짐했죠.”

박용준 슬롯사이트 보스 회장(연세대 의대 임상지도교수)은 1992년 한국누가회 소속 의사로 네팔에 의료봉사를 갔을 때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평생 한 번도 의사를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을 치료해준 일은 뼛속까지 차오르는 뿌듯함을 줬다. 나흘을 꼬박 걸어온 아이가 “귀가 잘 들린다”며 신나게 다시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1994년 르완다 난민사태 의료봉사 현장에서도 1만2000여 명의 난민을 돌보던 글로벌 비정부기구(NGO) 활약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가 1997년 국내 첫 국제보건의료 전문 NGO인 슬롯사이트 보스를 설립한 배경이다. 슬롯사이트 보스는 다음달 1일 열리는 시상식에서 ‘제33회 삼성호암상’ 봉사상을 받는다.박 회장은 30일 서울 구로동 사무실에서 “의료 공백이 있는 곳을 찾아가 위생적인 보건환경을 구축하려고 애쓴 일들이 수상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2020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대구를 돕기 위해 슬롯사이트 보스가 나서서 의료진 32명과 의료기기 171대를 보내는 등 적극 대응한 것이 수상 배경이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슬롯사이트 보스는 당시 인공호흡기, 중환자용 병상 등을 마련하고 중환자 전문의사와 간호사 등을 직접 모았다.

슬롯사이트 보스는 26년 동안 인도 구자라트 지진, 터키 지진, 이라크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 등 18개국의 재난 현장에 의료팀을 파견했다. 경험이 쌓이면서 그는 단발적 의료봉사보다는 근본적인 보건 의료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박 회장은 “의사 100명보다 깨끗한 물이 유병률을 낮추는 데 더 효과적”이라며 “그 지역의 보건환경 위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질병 치료보다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슬롯사이트 보스는 모로코의 결핵 환자 관리 시스템 도입, 필리핀의 흡충 박멸 등 근본적인 의료 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슬롯사이트 보스의 설립 목표는 ‘모두가 건강한 세상(Health for All)’이다. 박 회장은 “이는 건강한 몸을 넘어 건강한 사회를 뜻한다”며 “한국 의료기술의 수준은 물론 사람들의 적극적인 헌신은 글로벌 봉사 현장에서 더 빛을 발한다”고 했다. 한국의 정신질환 전문의, 특정 분야 전문가 등을 세계 필요한 곳에 연결해 자문하거나 온라인 상담을 진행하는 일도 슬롯사이트 보스가 중점을 두는 영역 중 하나다. 그는 “의료부문에서 더 나아가 교육, 여성, 노동 등 전반적인 사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NGO들이 총체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슬롯사이트 보스활동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조언해달라고 하자 그는 후원부터 차근차근 시작할 것을 권했다. 매달 일정 금액을 후원하면서 그 단체의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면 다음 단계로 시간을 쪼개 직접 슬롯사이트 보스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슬롯사이트 보스활동은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는 ‘건강한 중독’”이라며 “후대에 ‘사랑을 전한 의사’로 기억되는 것이 개인적인 꿈”이라고 말했다.

민지혜/구교범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