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온라인 슬롯가격 올려 맞불?…3월 주총서 표대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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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vs 反이수만에서…온라인 슬롯 vs 카카오 싸움으로▶마켓인사이트 2월 10일 오후 5시18분
SM엔터 경영권 분쟁 장기화
소액주주·기관 표심도 관건
하이브가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SM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최대주주에 오른다. 기존 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 지분뿐 아니라 온라인 슬롯를 진행해 전체 40% 안팎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최대주주에 오른다는 게 SM엔터의 경영권 확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 SM엔터는 대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특수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전 총괄에게 등을 돌린 현 경영진은 하이브의 인수 발표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했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함께 연합 전선을 구축한 이들은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계획하고 있다. 신임 이사 선임을 놓고 하이브 측과 표대결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주총은 작년 말 주주명부 폐쇄 시점에 등재된 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한다. 하이브는 주총 전 온라인 슬롯로 취득한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하이브가 SM엔터 경영권을 확보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얘기다.
온라인 슬롯 성공 가능성은
SM엔터 주가는 10일 개장과 함께 치솟아 16.45% 오른 11만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이브가 이날 발표한 온라인 슬롯 가격 12만원에 근접했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 지분 18.46% 중 14.8%를 주당 12만원에 매입하기로 하면서 소액주주 지분도 같은 가격에 온라인 슬롯하기로 했다. 다음달 1일까지 온라인 슬롯에 응한 주주들을 대상으로 595만1826주(25%)까지는 모두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대주주 지분과 소액주주 지분을 합쳐 총 1조1370억원을 투입해 전체 40% 안팎의 지분을 확보하기로 했다.온라인 슬롯 결과와 상관없이 이 전 총괄 지분만으로도 하이브는 최대주주에 오른다. 다만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 슬롯라는 초강수를 뒀다는 분석이다. 주가가 온라인 슬롯 가격을 뚫고 오르지 않는다면 온라인 슬롯는 성공할 확률이 높다. 하이브가 책정한 SM엔터의 EV/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배수는 23배 수준이다.온라인 슬롯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얼라인파트너스는 하이브의 온라인 슬롯 가격이 기대 이하라고 주장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SM엔터의 가치를 감안하면 온라인 슬롯 가격은 최소 10만원대 후반은 돼야 한다”며 “온라인 슬롯 대상도 최대 25%가 아니라 온라인 슬롯에 응하는 소액주주 지분 전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총 표대결이 최대 변수
하이브가 온라인 슬롯에 성공하더라도 경영권을 장악한 게 아니다. 3월 주총에서 총 4명의 이사 임기가 동시에 종료된다. 새롭게 이사회를 꾸려야 한다. 현 경영진은 하이브 측과 표대결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문제는 하이브가 온라인 슬롯로 확보한 지분에 대한 의결권은 이번 주총에서 행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전 총괄 지분의 경우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의결권을 위임받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15%의 지분만으로 표대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등 ‘큰손’ 투자자가 그동안 얼라인파트너스 측을 지지했다는 점이 부담이다.현 경영진과 하이브는 주총 2주 전까지 각각 이사 후보를 온라인 슬롯할 예정이다. 결국 소액주주들이 어느 쪽 경영전략 및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SM엔터 경영권의 향배가 결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현 경영진이 승리한다면 온라인 슬롯는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3년 임기의 이사를 해임하려면 새로 주총을 열어 특별결의 안건을 통과시켜야 한다.
시장에선 카카오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7일 SM엔터의 신주 및 전환사채(CB) 인수자로 나서면서 현 경영진의 우군으로 떠올랐다. 하이브가 전격 인수를 발표하면서 카카오가 맞불 온라인 슬롯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일단 하이브의 온라인 슬롯 결과를 지켜보면서 대응 방안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동훈/조진형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