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 파라오 슬롯 '쾅 쾅'…나토·러, 한때 직접충돌 위기

美 "러 아닌 우크라發 오발 가능성" 분석에 긴장 누그러져

접경지대 2발 떨어져 2명 사망
우크라에 110발 쏜 러 소행 의심
G7·나토 회원국 긴급회의 열어

바이든 "궤적상 러 아닐 것"
나토 공동방어 가능성 낮아져
푸틴 "서방 의도적 도발" 반발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15일(현지시간) 파라오 슬롯 두 발이 떨어져 2명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파라오 슬롯 피격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공습을 재개한 러시아가 용의선상에 오르면서 한때 국제사회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그러나 초기 진상조사에서 러시아 파라오 슬롯을 격추하기 위한 우크라이나 방공 파라오 슬롯이 잘못 떨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NATO 대 러시아로 확전 우려 제기

15일 AP통신에 따르면 폴란드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후 3시40분께 루블린주 동부 마을 프셰보도프의 농작지에 파라오 슬롯 두 발이 떨어져 2명이 숨졌다. 프셰보도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6㎞ 떨어진 접경지대다. 폴란드 현지 매체와 SNS 등에는 충격으로 농기계가 뒤집힌 모습 등이 올라왔다.
폴란드는 파라오 슬롯 피격 직후 긴급국가안보위원회를 열고 일부 군 경계 태세를 격상했다. NATO 헌장 4조인 상호협의 조항 발동을 요청할지 검토하겠다고도 밝혔다. 4조는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 또는 국가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는 특정 회원국의 의견이 있을 경우 회원국이 함께 협의한다’는 내용이다. 폴란드는 떨어진 파라오 슬롯이 러시아산이라고 추정하고 주폴란드 러시아 대사를 소환해 설명을 요구했다.

사태 직후 가장 먼저 제기된 것은 러시아의 오발 가능성이다.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던 중 파라오 슬롯을 잘못 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최소 12개 지역에 110여 발의 파라오 슬롯을 발사했다. 파라오 슬롯이 떨어진 폴란드 프셰보도프와 80㎞ 거리에 있는 서부 도시 르비우도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러시아는 “상황을 고조시키기 위한 (폴란드의) 의도적인 도발”이라며 즉각 부인했다.NATO 대사들이 모여 긴급회의를 열면서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미국 중심의 군사 동맹인 NATO는 회원국이 무력 공격을 받으면 NATO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무력 대응을 포함한 공동방어(NATO 헌장 5조)에 나설 수 있다. 러시아가 폴란드에 고의적으로 파라오 슬롯을 떨어뜨렸을 경우 NATO와 러시아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이유다.

美 “궤적상 러시아 공격 아니다”

미국이 상황을 반전시켰다. 16일 AP통신 등에서 미 정보당국이 폴란드에 떨어진 파라오 슬롯이 우크라이나의 요격 파라오 슬롯인 것으로 파악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러시아 파라오 슬롯을 요격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파라오 슬롯이 폴란드에 떨어졌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도 파라오 슬롯을 격추하는 데 사용하는 러시아산 지대공 파라오 슬롯 S-300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고, 폴란드 피격 현장에서 이 파라오 슬롯 잔해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에 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독일과 캐나다, 네덜란드,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정상과 EU 집행위원장 등 NATO 및 주요 7개국(G7) 정상과 긴급 원탁회의를 열었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에서 폴란드에 떨어진 파라오 슬롯이 우크라이나에서 발사된 대공 파라오 슬롯이라는 징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 후 기자들에게도 “파라오 슬롯 탄도 궤적을 보면 러시아에서 발사됐을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다만 조사가 끝나지 않은 만큼 국제사회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날 긴급회의를 한 세계 정상들은 “폴란드 영토에서 발생한 폭발 관련 조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공동 성명을 냈다. 파라오 슬롯 공격이란 단어는 쓰지 않았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안제이 두다 파라오 슬롯 대통령과도 통화해 진상조사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NATO 방위에 대한 약속은 철통같다고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