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러 슬롯 꽁 머니' 거래정지

7일부터…상폐 가능성 커
투자자들 전액손실 우려
국내 상장된 유일한 러시아 상장지수펀드(슬롯 꽁 머니)인 ‘KINDEX 러시아MSCI 슬롯 꽁 머니’가 오는 7일부터 무기한 거래 정지된다. 러시아 증시 폭락을 매수 기회로 삼은 투자자는 손실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4일 장 마감 후 한국거래소는 “KINDEX 러시아MSCI를 오는 7일부터 슬롯 꽁 머니한다”고 공시했다. 이어 “산출 업체인 MSCI의 지수 산출 방식 변경으로 인해 투자자가 적정 순자산가치(NAV)값을 참고해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자 보호 및 시장 안정을 위해 거래 정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거래 정지 해제 시 별도 안내할 예정이다.전날 MSCI는 “오는 9일 종가 이후 MSCI 모든 지수 내 러시아 주식에 대해 0.00001달러(혹은 러시아 루블) 가격을 적용하겠다”고 통보했다. 앞서 MSCI는 러시아를 신흥국 지수에서 편출하면서 “루블화 가치의 급등락 폭이 커졌고, 서방 국가 경제 제재 등으로 러시아를 더 이상 투자 가능한 시장으로 보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이 여파로 해당 슬롯 꽁 머니는 4일 개장 직후 하한가(-29.97%)로 직행해 1만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 측은 MSCI에 정책 적용 제외를 요청했다. 하지만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해당 슬롯 꽁 머니의 순자산가치는 0에 가깝게 추락한다.

추후 상장폐지될 가능성도 있다. 한투운용 측은 “해당 상품은 기초지수 성과를 교환하는 장외파생상품(SWAP)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지수산출 중단, 상관계수 요건 미충족, 장외파생상품 슬롯 꽁 머니상대방 위험 등 발생 시 상장폐지가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문제는 이대로 해당 슬롯 꽁 머니가 상장폐지되면 이 상품을 보유한 투자자는 투자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슬롯 꽁 머니는 상장폐지일 순자산총액을 기준으로 청산되는데, 곧 해당 슬롯 꽁 머니의 순자산총액이 0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 유가가 폭락하며 원유 선물 슬롯 꽁 머니와 상장지수증권(ETN)이 하한가를 기록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슬롯 꽁 머니는 여러 종목의 가격을 종합 반영하기 때문에 이들 주식이 동시에 폭락하지 않는 한 하한가를 맞기 어렵다”며 “전쟁이란 특수 상황이 주식형 슬롯 꽁 머니도 하한가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