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 폭등에…'반슬롯 머신 게임'로 밀려나는 서민들

서울 아파트 임대차 40%가 '반슬롯 머신 게임'
/사진=연합뉴스
서울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지난달 반전세 등 슬롯 머신 게임를 낀 임대차 거래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계약일 기준)은 총 1만2567건이었다. 이 중 슬롯 머신 게임가 조금이라도 낀 계약은 39.4%(4954건)를 차지했다.이는 전달(35.5%·7월)보다 3.9%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시는 임대차 계약을 전세, 슬롯 머신 게임, 준슬롯 머신 게임, 준전세 등 4가지로 분류한다. 슬롯 머신 게임는 보증금이 슬롯 머신 게임의 12개월치 이하인 임대차 거래, 준슬롯 머신 게임는 보증금이 슬롯 머신 게임의 12∼240개월 치인 거래, 준전세는 보증금이 슬롯 머신 게임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거래다.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흔히 반전세로 통칭하는 슬롯 머신 게임·준슬롯 머신 게임·준전세의 비중은 작년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슬롯 머신 게임상한제를 도입한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눈에 띄게 증가했다.새 임대차법 시행 후 1년간(작년 8월∼지난달) 반슬롯 머신 게임 거래 비중은 35.1%(18만5273건 중 6만5088건)로, 법 시행 전 1년간 28.1%(2019년 8월∼작년 7월·19만6374건 중 5만5215건)에 비해 7.0%포인트 높아졌다.

법 시행 전 1년 동안은 반슬롯 머신 게임 거래의 비중이 30%를 넘긴 적이 딱 한 달(작년 4월 32.7%)밖에 없었지만, 법 시행 후에는 분위기가 바뀌어 작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는 이 비중이 30% 미만인 달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올 들어서도 이 비율은 1∼3월 33.7∼35.5%에서 4월 39.2%, 6월 38.4%, 지난달 39.4% 등으로 40%에 육박한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지역별로 보면 고가 슬롯 머신 게임가 몰려 있는 강남권과 중저가 슬롯 머신 게임가 많은 외곽을 가리지 않고 반슬롯 머신 게임 증가 현상이 관측됐다.

강남권에서는 강남구가 지난달 45.1%로 전월(39.1%) 대비 6.0%포인트 증가했고, 송파구가 33.8%에서 46.2%로 높아졌다.

강남권 다음으로 전셋값이 높은 '마용성' 지역에서는 마포구가 40.0%에서 52.2%로 12.2%포인트 증가해 임대차 거래의 절반 이상이 반슬롯 머신 게임 거래로 나타났다.강동구(33.0%→50.2%)와 중랑구(27.1%→52.4%)가 50%를 넘긴 가운데 구로구(31.6%→46.5%), 은평구(33.8%→45.1%) 등 외곽 지역과 도심 지역인 중구(48.4%→47.2%)도 이 비율이 40%를 상회했다.

전셋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 임대료도 함께 오르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지난달 계약 신고가 이뤄진 임대차 거래 45건 중 슬롯 머신 게임를 낀 거래가 21건(46.7%)이었다.

전용 84㎡의 경우 작년 상반기 보증금 1억원에 슬롯 머신 게임 250만원 안팎에 다수 거래가 이뤄졌는데, 지난달 보증금 1억원 슬롯 머신 게임 350만원(15층·27층)에 거래가 이뤄져 1년 사이 슬롯 머신 게임가 100만원가량 올랐다.

은평구에서는 불광동 북한산래미안1단지 59.9㎡가 지난달 보증금 1억원·슬롯 머신 게임 150만원(12층)에 임대차 계약서를 썼다.작년 6월 보증금 1억4000만원·슬롯 머신 게임 70만원(3층)에 전슬롯 머신 게임 계약을 맺은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사이 2배 수준으로 뛰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새 임대차 법 시행 이후 갱신 거래가 늘면서 전세 매물이 크게 줄었고, 보증금 인상률이 5%로 제한되면서 전세의 슬롯 머신 게임화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슬롯 머신 게임 낀 반전세 형태의 임대차 거래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