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때문에 온라인 슬롯 샀는데 왜 물적분할하나"…개미들 반발

'물적분할 주총' 한 달 앞둔 온라인 슬롯
'제2 LG화학 사태' 우려도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온라인 슬롯(옛 빅히트)가 한 달 뒤 주주총회를 열어 음반 사업 부문의 물적 분할을 시도한다. 온라인 슬롯 매출의 40%가 음반 사업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은 물적 분할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 슬롯는 14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종목 이름을 '빅히트'에서 '온라인 슬롯'로 바꾼다. 이 회사는 지난달 30일 주총에서 사명을 온라인 슬롯로 변경했지만 주식시장에서는 빅히트란 이름을 계속 써왔다.온라인 슬롯는 다음달 14일 물적 분할을 위한 주총도 열 예정이다. 음반 사업 부문을 떼어내 빅히트뮤직(가칭)을 만들겠다는 게 온라인 슬롯 측의 계획이다.


온라인 슬롯의 작년 매출 7693억원 중 40%에 해당하는 3206억원이 음반 사업에서 나왔다. DS투자증권은 온라인 슬롯의 음반 사업 부문 매출이 올해 3930억원, 내년 5042억원을 기록하는 등 계속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개미'들은 네이버 주식종목 게시판과 온라인 주식 카페에서 온라인 슬롯 측의 물적 분할 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기업 분할 방식 중 인적 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이 새 회사 주식을 나눠갖지만 물적 분할은 새 회사 주식을 받지 못한다.개미들은 "온라인 슬롯 주식을 산 건 'BTS의 음악'에 투자한 것인데 이를 떼어내면 주식가치가 폭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온라인 게시판에는 "물적분할하면 무조건 (주가가) 하락한다" "온라인 슬롯의 '알짜'는 BTS인데…" 등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빅히트뮤직이 상장할 경우 온라인 슬롯 주식은 '빈껍데기'가 될 것"이란 글도 있다. 온라인 슬롯 측은 빅히트뮤직의 상장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기업이 물적 온라인 슬롯을 시도하다 투자자들의 반감을 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 30일 핵심 사업인 배터리 부문을 물적 온라인 슬롯했다가 개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국민연금까지 나서 온라인 슬롯에 반대했지만 주총안이 통과됐고 주가는 폭락했다. 물적 온라인 슬롯 당시 60만원대까지 갔던 LG화학 주가는 현재 80만원대를 회복했다.

증권사들은 온라인 슬롯의 물적 분할 이슈보다 이 회사가 최근 미국 연예기획사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하기로 한 것에 더 주목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올해 하반기부터 이타카홀딩스 인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K팝 위주의 기존 포트폴리오가 여러 장르로 다각화하고 BTS 매출 의존도도 완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