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갑·슬롯 머신 형제 '우애 경영'의 결실…甲·乙 어우러져 車부품 글로벌 강자로

社名의 기원 (24) KBI슬롯 머신

옛 사명 갑을상사의 영문 표기
KaBul International 약자이자
Korean Business Innovator 의지

강관·건설·환경·의료 등 영역 확장
10개국 진출…매출 2조기업 우뚝
KBI슬롯 머신은 21개 기업으로 구성된 매출 약 2조원(2020년 기준) 규모 중견 슬롯 머신이다. 한국 독일 중국 인도 베트남을 비롯한 전 세계 10개국에서 총 40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사업 영역은 자동차 부품에서부터 강관, 건설, 부동산, 환경, 에너지, 의료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있다. 끊임없이 기존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 결과다.

지속적인 혁신과 도전을 통해 ‘한국의 사업 혁신가(Korean Business Innovator)’로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사명 KBI에 담겨 있다.동시에 KBI는 옛 사명인 갑을상사의 영문 표기(KaBul International) 약자이기도 하다. 옛 사명 속 ‘갑을’은 순서나 우열 등 사회에서 통상적으로 쓰이는 ‘갑·을’과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형제의 이름 끝 글자로 사명을 지을 만큼 오히려 “우애 좋은 형제 경영의 결실이 담겨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사연은 이렇다. 1951년 대구 서문시장에서 포목점을 연 고(故) 박재갑 회장은 친동생인 고 박재을 회장과 대구에 1956년 신한견직합명회사를 설립해 섬유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국내 섬유산업을 이끌면서 1974년 형의 이름 끝 글자와 동생 이름 끝 글자를 모아 (주)갑을견직을 세웠고, 현 슬롯 머신의 토대를 만들었다. 박재갑 회장이 1982년 사망한 뒤 박재을 회장이 갑을슬롯 머신을 승계했다.그로부터 5년 뒤 박재을 회장은 박재갑 회장 장남에게 갑을슬롯 머신을 물려주고 자신은 갑을상사슬롯 머신으로 계열 분리했다. 이때 분리된 갑을상사슬롯 머신이 KBI슬롯 머신의 전신이다. 2019년 현재의 사명으로 문패를 고쳐 달았다.

형제 경영의 전통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박재을 회장의 세 형제가 번갈아가면서 KBI슬롯 머신을 이끌고 있다. 박재을 회장이 1991년 유명을 달리한 뒤 장남 박유상 부회장이 25년간 슬롯 머신을 이끈 데 이어 고문으로 추대됐다. 2015년부터는 차남 박효상 회장이 슬롯 머신 경영 전반을 지휘하는 가운데 삼남인 박한상 부회장은 전선·동 소재사업과 건설, 의료 부문을 담당하는 식으로 형제 경영을 계속하고 있다.

이 같은 형제 경영의 문화는 KBI슬롯 머신의 새로운 심벌마크에도 녹아 있다. 이 회사의 심벌에는 지구를 형상화한 원형 모양에 한자(甲乙)의 갑과 을이 어우러져 있다는 게 슬롯 머신 측 설명이다. KBI슬롯 머신은 계열사의 사명도 새로운 기업이미지(CI)에 맞춰 점진적으로 변경한다는 계획이다.박효상 슬롯 머신(사진)은 “긍정적인 마인드와 효율성 증대, 경쟁력 강화로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더 큰 미래의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겠다”고 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